태영호, 최고위원직 사퇴 "불면의 밤 보내…백의종군하겠다"

윤리위 징계 앞두고 '정치적 해법' 모색…김재원은?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10일 최고위원직을 자진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 윤리위 징계 심의를 앞두고 당직을 스스로 내려놓음으로써 징계 수위를 낮춰 보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전격 기자회견을 열고 "저의 부족함으로 최근 여러 논란을 만들어 국민과 당원들, 당과 윤석열 정부에 큰 누를 끼쳤다"며 "오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저는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려 한다"고 밝혔다.

태 최고위원은 "그 동안의 모든 논란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며 "저의 논란으로 당과 대통령실에 누가 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그는 "이제부터 백의종군하며 계속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부연했다.

태 최고위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고민을 하며 불면의 밤을 보냈다"면서 "오늘 당 지도부와 윤 대통령이 오찬을 하게 되는데, 그 오찬 자리에 갈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바라보는 게 너무 괴롭다. 본의 아니게 당 지도부에 누를 끼쳐 제가 사퇴하는 길만이 당과 윤석열 정부, 당원들의 기대에 맞는 일이라 판단하고 오늘 아침 결정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윤리위 출석 직전까지만 해도 "제가 자진사퇴 입장이었다면 윤리위에 오기 전에 밝혔을 것"이라고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혔었다.

그러나 황정근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같은날 밤 기자들에게 "만약 어떤 정치적 해법이 등장한다면 거기에 따른 징계 수위는 여러분이 예상하는 바와 같을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자진사퇴를 유도하는 듯한 발언을 한 이후 태 최고위원의 고심이 거듭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당 안팎에서는 태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의 중징계'를 예상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럴 경우 태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4.10)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태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자진사퇴하는 방식으로 당의 부담을 덜어주면, 총선 출마를 원천봉쇄하지까지는 않는 방식으로 일종의 타협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태 최고위원의 이날 전격 사퇴 선언은 이같은 관측이 현실화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이날 저녁 전체회의를 앞두고 있는 국민의힘 윤리위가 태 최고위원의 징계 수위에 대해 실제로 어떤 결정을 할지는 미지수다.

태 최고위원의 징계 청구 주 사유는 과거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주 4.3 사건에 대해 '김일성이 시킨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편 데 이어 4.3 관련 단체들의 비판에도 개인적 소신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일 문화방송(MBC) 보도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과의 '공천·당무개입 대화 녹취록'이 보도되며 큰 파장이 일었고, 이에 태 최고위원이 '이 수석이 실제로는 하지 않은 말을 보좌진과의 대화에서 지어낸 것'이라고 해명하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 사안도 병합 심의해 달라고 윤리위에 요청했다.

한편 태 최고위원과 마찬가지로 이날 윤리위 심의를 앞둔 김재원 최고위원의 거취에도 눈길이 쏠린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윤리위 출석 후 "사퇴 요구를 어느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

김 최고위원의 징계 사유는 지난 전당대회 직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예배에 나가서 했던 '5.18 정신 헌법전문 반영 반대' 발언 논란과 함께 '전광훈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 '제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등 연이은 설화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며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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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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