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대표 때 우상호 등엔 탈당권유 했잖나"

김종민 "민주당 윤리감각 무뎌져"…정성호·최재성도 "宋 들어와야"

더불어민주당을 덮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과 관련, 프랑스에 체재 중인 송영길 전 대표의 귀국 등 자발적·선제적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당 내에서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18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에 송영길 대표가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서 의혹이 터졌을 때,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에 의혹이 불거진 상태에서 의원들한테 자진탈당을 권유했었다"며 "그때 우상호 의원도 권유를 받고 상당히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송 전 대표가 대표 재임시 부동산 비리 의혹이 불거진 자당 의원들에게 들이댄 잣대와, 현재 스스로에게 적용하고 있는 잣대가 다르다는 점을 넌지시 드러낸 말이다.

김 의원은 "예전에 어떤 의원은 자기 친인척을 인턴으로 썼다고 해서 자진탈당을 해서 무죄 받고 다 해결된 다음에 다시 입당을 한 적이 있고, 어떤 의원은 공항에서 공항 직원하고 말다툼했는데 갑질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어서 상임위에서 사보임을 한 적도 있다"며 "정당이라고 하는 건 사법적인 결론이 났을 때 움직이는 건 안 맞다. 국민들이 의혹이 있거나 신뢰가 흔들리게 되면 거기에 맞게 대응하는 신뢰 회복 조치를 해줘야 정당이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국면에서 논란이 됐던 당헌 80조 적용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기소되면 당직에서 물러나는 당헌 80조 조항을 집어넣은 이유도, 기소됐다고 해서 그 사람이 유죄인 건 아니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의혹이 있다, 의심이 된다면 그 사람이 당직을 맡아서 무슨 일을 할 때 국민들이 그걸 신뢰하지 않으니까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 그런 조항을 넣은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당 지도부에 더 엄정한 대응을 주문하며 "당 입장에서 보면 돈봉투 사건이 엄청난 쓰나미 같은 사건이다. 민주당이 이 고비를 잘 넘어가야 된다"고 했다. 그는 "이걸 어떤 정치적인 전술이나 작전으로는 넘길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며 "정말로 원칙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응을 해야 되는데 지금 지도부가 조금 대응이 늦다. 그래서 걱정"이라며 "어제 이재명 대표가 공식 사과를 하고,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좀 일찍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좀 아쉬움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하나는 당에서 진상조사를 안 하는 걸로 결정을 했더라. 좀 의외였다"며 "수사권이 없으니까 사실을 정확하게 조사하는 건 어렵지만, 적어도 당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서 이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고 우리가 파악된 만큼 어떤 조치나 대응을 하는 자세를 갖춰야지 '그냥 검찰이 알아서 해라, 검찰 결론 나면 우리는 거기에 맞게 하겠다' 이런 자세로 가는 건 안 맞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가 한 번 달리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까지 민주당의 대응에 대해 "감각이 무뎌졌다"며 " 옛날 같으면 이 정도 일이면 벌써 당이 난리가 나고, 예를 들어서 8시에 뉴스가 나왔다 그러면 바로 밤 9시에 지도부가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해서 바로 어떤 조치를 발표하고 이렇게 갔어야 정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녹취록 뉴스를 보면서 '정말로 민주당이 심각한 위기를 맞겠다'는 두려움이 들었었는데, 그 이후에 당의 대응을 보면 상당히 무감각해져 있다. 윤리 기준에 대한 윤리 감각이 엄청 퇴화돼 있다"며 "지금 당 지도부의 대응이 조금 안일한 거 아닌가. 조금 더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단호하고 좀 적극적인 대응을 해서 여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씻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송 전 대표에 대해서는 "귀국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안 하고 버티는 건 당에도 엄청나게 큰 부담이 될뿐더러, 정치를 수십 년 해온 분이 이런 국민적 의혹에 대해 와서 정정당당하게 해명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를 하지 않으면 (국민은) '도망간다', '도피한다'고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면 정치인으로서는 완전히 늪에 빠지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전체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도부 대응에 대한 당 내 반응은 엇갈렸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자체 조사를 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모르는 상태에서, 또 검찰의 수사가 이제 시작 단계에서 누구를 조사할 거고 어느 범위까지 조사해서 어떤 조치를 할 건지 굉장히 애매한 상황에서 만약 언론에 난 사람들, 나타난 의원들 불러가고 조사한다고 하면 다 부인하지 않겠느냐"라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정 의원도 송 전 대표에 대해서는 "어쨌든 당의 대표였던 분이고 본인과 관련된 전당대회에서 일어난 문제 아니겠나. 그렇기 때문에 저는 외국에 있는 것보다 들어오셔서 입장을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귀국을 압박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도 "귀국하는 것이 맞고 당연하다"면서 다만 "그런데 송 전 대표 입장에서 보면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귀국을 당장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전 수석은 당의 초기 대응에 대해 "이건 정치보복이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난센스이고 오히려 그런 주장 자체가 국민들이나 민주당을 바라보는 대중들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의) 보복성 수사라고 보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가 22일 프랑스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한다고 하니 본인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우선 지켜보고, 거기에서 우리 국민이나 당이 납득·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추가적으로 맞춰서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 내에서 선제 탈당 요구 등이 나오는 데 대해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향후 수사 과정과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아직 본인들도 사실관계를 다르게 얘기하는 부분이 있고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켜봐여 한다"고만 했다. 그는 다만 "현행법에 위반되거나 당헌당규에 배치되는 행동이 있다면 상응 조치를 취하는 것이 공당으로서 마땅한 책임"이라며 "결과에 따라 상응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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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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