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없는 '한일 정상화'…尹대통령 "구상권 행사되면 모든 문제 원위치"

일본, 강제동원 사과도 성의있는 호응도 외면

12년 만의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새로운 사과나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적극적 상응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방일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6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85분 간 소인수회담과 확대회담을 진행한 뒤 공동 언론발표를 잇달아 가졌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정부가 발표한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던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으로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했던 한일 공동선언,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한 역사 인식과 관련해 역대 내각의 인식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계승해 나갈 것을 확인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윤 대통령도 "올해는 과거를 직시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1998년에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5주년이 되는 해"라며 "이번 회담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양국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 협력의 새시대를 여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를 계기로 양국이 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며 수출규제 해제와 양국 경제단체들이 합의한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 설립을 그에 관한 일본의 상응 조치로 언급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식에 따른 구상권 청구를 우려하는 일본 언론의 질문에 "우리 정부는 구상권 행사라는 것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해법을 발표한 것의 취지와 관련해서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잘랐다.

윤 대통령은 "만약에 구상권이 행사된다면 이것은 다시 모든 문제를 원위치로 돌려놓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8년 대법원의 판결의 차이를 거론하며 "우리 정부는 이것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한국 정부가 이 협정에 대해 해석해온 일관된 태도와 판결을 조화롭게 해석해서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기금에 의한 3자 변제안을 해법으로서 발표했다"고 부연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처리됐다는 일본 측 주장에 대한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 일본 피고기업이 빠진 '제3자 변제'에 관한 구상권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기시다 총리도 "윤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하에 한국 재단이 대법원 판결의 대금 등을 지급하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구상권 행사와 관련해서는 지금 현재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강제동원을 비롯한 일제강점기 과거사 문제에 관한 일본 정부의 직접적인 사과를 담은 새로운 공동선언 도출이 무산됐고, 정상회담과 언론발표에서도 기시다 총리가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데에 머무르면서 윤 대통령이 주도한 강제동원 해법에 국내 여론의 호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한국의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윈윈 할 수 있는 국익"이라며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고 발전한다면 먼저 양국이 안보위기 문제에 대응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협정.GISOMIA) 정상화,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조치, 양국 국민 간 교류 활성화 등을 언급하며 "그것이 국익이고 우리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공동의 이익에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회견에서 "조금 전 정상회담에서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중단시켰다가 '효력정지' 상태로 끌어온 지소미아가 3년 만에 복구됐다는 것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중단을 선언한 이유인 일본의 대(對)한국 무역 제재는 이날, 일부 수출제한 품목 해제가 이뤄졌지만 화이트리스트 복구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관련 해법 발표를 "어려운 상황에 있던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으로서 평가한다"면서 "이번 발표를 계기로 이 조치를 실시하고, 한국과 일본의 정치, 경제, 문화 등의 분야를 더욱 더 강력하게 확대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의 상응 조치를 묻는 언론의 질문에는 "앞으로 한일 양국이 자주 연계해서 하나씩 하나씩 구체적인 결과를 내고 싶다"며 즉답을 피했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대통령 "한일은 가까운 이웃이자 파트너", 기시다 총리 "셔틀외교 재개"

양국 정상은 셔틀외교 복원과 안보, 경제적 공조 강화를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더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며 "한일 관계를 조속히 회복,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교, 경제 당국 간 전략대화를 비롯해 양국의 공동이익을 논의하는 협의체들을 조속히 복원하기로 합의했다"며 "앞으로 NSC 차원의 한일 경제, 안보 대화 출범을 포함해 다양한 협의체가 소통을 이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거론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한반도와 동북아,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한일 공조가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 적극 협력해 나가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본의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 과정에서도 국제사회와 함께 긴밀히 연대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한미일 공조 강화를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정상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빈번하게 오고가는 셔틀외교를 재개하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며 "구체적으로는 오랫동안 중단됐던 한일 안보대화, 한일 대화 체계를 조속히 재개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위급 한중일 대화 프로세스를 조속히 다시 시작해야 하는 중요성에 대해서도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또 "한국과 일본이 경제 안보에 관한 협의를 발족하기로 했다. 나아가 수출규제와 관련해 진전이 있었다"고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해제를 재확인하며 "양국의 경제단체 등과 함께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우호 관계를 위해 미래기금을 창설하기로 발표한 것에 대해서 환영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며 "미일 동맹, 한미일 동맹의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고 한국과 일본, 한미일 3개국 간의 안보협력을 앞으로 더욱 더 확대 추진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양국 정상이 서로 확인했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을 구축하는 중요성에 대해서도 합의했고, 자유롭고 열린 국제정세를 지켜나가기 위해 양국이 서로 힘을 합쳐나가야 한다는 데에도 의견이 일치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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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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