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문수 "무노조에 감동"?…현장 노동자 "노조 있다. 현실 모르는 소리"

광주글로벌모터스 노동자 A씨 인터뷰…"화장실도 못 가는 저희의 '진짜 현장'을 보셨나요?"

"김문수 위원장님. 저희가 일하는 현장을 정말 보셨나요?"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이 광주 글로벌모터스의 '무노조, 휴대폰 압수, 임금 40%'에 "감동받았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된 가운데, 해당 기업의 노동자는 "저희가 일하는 진짜 현실을 모르는 성급한 소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익명을 요구한 광주글로벌모터스 소속 직원 A씨는 12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저희가 일하는 현장을 정말 보셨는지 묻고 싶다"며 "퇴사한 인원만큼 뽑아 주질 않아서, 아프거나 사정이 생겨도 연차를 못 쓰는 상황이다. 화장실도 눈치를 보면서 가야 한다"며 최소한의 인권도 지켜지지 않는 노동 환경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지난 2일 김 위원장은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방문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감동받았습니다"라며 "노조가 없습니다. 현장에서 핸드폰은 보관하고 사용할 수 없습니다. 평균임금은 4000만 원이 안 됩니다.(현대·기아차의 40% 정도)"라고 적었다. 

노조와 사측 그리고 정부와의 대화를 이끄는 역할을 하는 경사노위 위원장이 무노조, 저임금, 휴대폰을 압수하는 노동환경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 것이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일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방문한 뒤 남긴 SNS 글 ⓒ김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논란이 일자 경사노위는 지난 5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노조가 없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고에 감동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으나 궁색한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해명이 무색하게도,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라디오에 출연해 거듭 "노동규율이 제일 잘 지켜지면서 또 임금은 현대기아자동차의 40%밖에 안 된다"며 노조가 없는 광주글로벌모터스에 "정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김 위원장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우선 '무노조 현장'이라는 부분부터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소속이면서 빛그린산단노조 조합원인 A씨는 "2021년 6월부터 산업단지 차원의 빛그린산단노조가 있었다"며 "글로벌모터스 소속 조합원들도 40여 명 속해있다"고 말했다.

'조기 경영안정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누적 생산목표대수 35만 대 달성시까지로 한다'는 노사상생발전협정서 조항으로 단체교섭을 못하고 있지만, 노조위원장이 상생협의회에는 근로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A씨는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김 위원장이 감동받은 현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A씨는 "기본적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12개의 공정에 12명이 딱 맞게 있기 때문에, 그래서 화장실을 한 번에 두 명이 가지도 못하고, 간다고 하더라도 눈치를 보게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아파도 연차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12개의 공정이 있는데 12명이 있다. 그 말인 즉슨 한 명이 공정에 빠져버리면, 다른 한 명이 2개의 공정을 맡아서 해야 한다는 말"이라며 "병원 가는 것조차 눈치보면서 가는 상황이라 현장에서는 관리직급끼리의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파트장, 그룹장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더 윗선에서 채용을 해줘야 해결되는 문제인데 애꿎은 관리자들이 싸우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A씨는 "저희가 일하는 현장을 정말 보셨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소위 말해서 VIP 분들 현장 방문해서 둘러보는 시간이 30초도 안된다"며 "애로사항이 있냐는 질문을 받아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외적인 목적으로만 저희가 비춰지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진정으로 기업의 발전을 바라시고 노사간의 문화가 발전되길 바라는 분이시라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래는 A씨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

프레시안 : 김문수 위원장이 SNS 광주 글로벌모터스에 노조가 없다고 했는데 사실인가.

A 씨 : 틀렸다. 노조가 있다. 2021년 6월부터 빛그린산단노조를 결성했다. 그건 인터넷만 검색해 봐도 나온다.

프레시안 : 빛그린산단노조에 대해 설명해달라. 어떻게 노조에 합류하게 되었나.

A 씨 : 아시다시피 글로벌모터스는 광주시 협업으로 만들어진 일자리다. '조기 경영안정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누적 생산목표대수 35만대 달성시까지로 한다'는 노사상생발전협정서 조항으로 단체교섭을 못하고 있지만, 노조 위원장이 상생협의회에는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 산업단지 차원의 노조로 운영하고 있고, 글로벌모터스 소속 조합원들도 40여 명 속해있다.

프레시안 : '노조가 없어서 감동 받았다'는 김문수 위원장의 글을 어떻게 보셨나.

A 씨 : 너무 표면적인 것만 보고 쉽게 말하지 않았나. 답답했다. 대표님들, 실장님들, 고위직 직원들만 만나셨다. 한 번이라도 현장 직원 10분 아니 5분이라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면, 그런 얘기를 쉽게 하시지 않았을 것 같다.

프레시안 : 노동현장은 어떤가.

A 씨 : 기본적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퇴사한 인원만큼 뽑아 주질 않아서, 아프거나 사정이 생겨도 연차를 못 쓰는 상황이다. 화장실도 눈치를 보면서 가야 한다. 한 그룹의 4개의 조가 있고 12개의 공정이 있는데 12명이 있다. 그 말인 즉슨 한 명이 공정에 빠져버리면, 다른 한 명이 2개의 공정을 맡아서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연차를 쓸 때도 눈치를 보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까봐 연차를 쓰지 못한다.

프레시안 : 연차는 법적으로 보장된 유급휴가 아닌가.

A 씨 : 저희가 원하는 것도 그렇다. 법 테두리 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을 보장받고 싶은데, 회사에서는 인원 충당을 하지 않으니 도와 달라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해결을 하려면 부족한 인원을 채워야 하는데 왜 인원을 채워주지 않는지... 조립동에서만 50명 넘게 퇴사를 했는데, 최근 올린 채용공고에서는 35명밖에 채용을 하지 않는다. 이게 맞나. 이해할 수가 없다. 회사에서는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성과급을 나눠야 하지 않느냐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떠나서 성과급이 줄더라도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서 인력 보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병원 가는 것조차 눈치보면서 가는 상황이라 현장에서는 관리직급끼리의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파트장, 그룹장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더 윗선에서 채용을 해줘야 해결되는 문제인데 애꿎은 관리자들이 싸우는 상황이다.

프레시안 : 화장실을 갈 때도 눈치를 봐야 할 정도로 사람이 부족한가.

A 씨 : 말하기 정말 구차하다. 저희는 단순노동을 한다. 2분 30초 안에 한 대를 조립해야 한다. 한 명이 화장실에 가면 다른 공정에 있는 사람이 내 일을 대신해줘야 한다. 12개의 공정에 12명이 딱 맞게 있기 때문에, 그래서 화장실을 한 번에 두 명이 가지도 못하고, 간다고 하더라도 눈치를 보게 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김문수 위원장은 현장에서 핸드폰 사용할 수 없고, 평균임금 4000만 원 안된다는 점에도 '감탄'을 했다.

A 씨 : 저희가 일하는 진짜 현실을 모르는 성급한 소리 같다. 들어올 때부터 동종업계에 강도가 센데도 임금이 적은 부분을 감안하고 들어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희의 일상생활이나 일하는 환경이 기본적인 것도 지켜지지 못하면 안 되지 않나. 그냥 눈치보지 않고 화장실 가고 싶고,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 휴가를 쓰고 싶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것인데... 이게 문제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프레시안 : 나아가 김문수 위원장은 'MZ 노동자의 대표 격'이라면서 칭찬을 했다. 어떻게 받아들였나.

A 씨 : 저희가 일하는 현장을 정말 보셨는지 묻고 싶다. 그런 발언은 저희와 이야기를 하거나, 저희의 환경을 제대로 보시고 나서는 나오는 말이어야지 않나. 소위 말해서 VIP 분들 현장 방문해서 순회한다. 라인을 둘러보시고 걸어가면서 보는 게 고작이다. 장담컨데 둘러보는 시간이 30초도 안된다. 그 짧은 시간, 저희의 노동 환경을 이해하고 나온 말일까. 왔던 분 들 중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본 분도 없다. 애로사항이 있냐는 질문을 받아본 적도 없다. 그냥 보고 간 게 끝이다. 저희랑 대화 한 번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웠을까.

프레시안 : 혹시 김문수 위원장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나.

A 씨 : 김문수 위원장님께 꼭 짚어서 하고 싶은 말이라기 보다는, 저희 회사 뿐 아니라 전국 모든 기업을 순방하시는 분들께서 잠깐이라도 좋으니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바쁘시겠지만 그 분들이 진정으로 기업의 발전을 바라시고 노사간의 문화가 발전되길 바라는 분이시라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대외적인 목적으로만 저희가 비춰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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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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