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불러달라" 오열 '이태원' 유족, 대통령실 앞에서 가로막혀

유족들 "유족 막으려 모인 경찰, 참사 때는 다 어디 있었나"

경찰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 1인 시위를 제지했다.

경찰은 31일 오후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 및 면담 등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위해 대통령 집무실로 향하던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을 제지하고 '집무실 앞 1인 시위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족들은 앞서 지난 30일부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집중추모주간'을 선포하고 진실규명 촉구와 추모 및 애도 활동에 나선 상태다. 추모주간의 둘째 날인 이날 유족들은 오전 10시 이태원 광장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대통령에 보내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어 159명 희생자들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하는 159배를 진행했다.

유족들은 이후 용산 대통령집무실 근처로 이동,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에 참사 희생자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인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 등이 집무실 정문 앞으로 접근했지만, 이내 경비경찰에게 제지당했다.

현장에서 경찰은 1인 시위를 위해 피켓을 들고 각자 걸어가던 유족들의 통행을 제지하며 "(정문 인근이 아닌) 건너편에서 하라"고 요구했다.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소속 변호사가 1인 시위의 법적 근거를 제시하며 항의했지만 '집시법 문제는 아니지만 경호 구역이라서 안 된다'라는 해명으로 일관했다.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는 "대통령을 불러달라"며 바닥에 엎드려 오열하기도 했다.

경찰이 1인 시위 거부 입장을 고수하면서 결국 이 대표는 건너편 전쟁기념관으로 이동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경찰은 이 대표가 해당 시위를 마친 직후 유족들과 함께 분향소로 이동하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려할 때에도 "길을 돌아서 가라"며 제지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헌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축적된 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1인 시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장소적 제한도 가할 수 없다"라며 "경찰들은 다른 사람들의 통행은 허용하면서, 유가족들의 1인 시위는 근거 없다며 가로막았다. 어떠한 법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유가족들의 1인 시위를 허용할 수 없다며 유가족들에게 피켓 조차 전달하지 못하게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들은 "참사 당일 애타게 불러도 오지 않던 경찰이다. 그런데 유가족들의 항의를 가로막기 위해서는 수십 명의 경찰이 일사불란하게 모였다"라며 "가족들의 항의조차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정부의 행태에 분노와 좌절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정문 인근에서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10.29이태원참시민대책회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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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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