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이 옥석구분도 못하는 무능한 지도자냐고요?

잘하면 정말 큰일인 '玉石俱焚'

국민의힘 초선의원 40여 명이 유력 당권주자인 나경원 전 의원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나 전 의원은 자신이 정부직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된 것과 관련, 17일 페이스북에 "저에 대한 해임은 분명 최종적으로 대통령께서 내린 결정일 것"이라면서도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저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전달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대기 대통령실장이 이례적으로 실명 입장문을 내어 "대통령은 누구보다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며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반박한 데 이어(☞관련 기사 : 대통령실, 나경원에 "대통령이 어떤 생각인지 본인이 잘 알 것), 박수영·배현진·유상범·전주혜 의원 등 친윤계를 주축으로 한 초선의원들도 나서서 비판과 사과 요구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비판 성명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나 전 의원에게는 대통령이 악질적인 참모들에 둘러싸여 옥석구분도 못하는 무능한 지도자로 보이는 겁니까."

만약 윤 대통령이 '옥석구분'을 잘 하는 지도자라면 그건 정말 큰일이다. 옥석구분은 한자로 '玉石俱焚'이라고 쓴다.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전체를 몇 개로 갈라 나누는 것'을 뜻하는 구분(區分)이 아니다. 국어사전에 실린 '옥석구분'의 뜻은 옥과 돌을 잘 구분하는 명석함(?)이 아니라, '옥이나 돌이 모두 다 불에 탄다는 뜻으로, 옳은 사람이나 그른 사람이 구별 없이 모두 재앙을 받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 고사성어의 유래는, 고대 중국에서 왕의 명령을 받고 폭정을 일삼는 제후를 정벌하러 가던 장군이 '곤륜산에 불이 나면 옥과 돌이 함께 타버리고 만다'고 말한 것이다. 즉 죄지은 제후만 처벌할 테니 마지못해 그를 따르던 관리와 백성은 순순히 항복하기를 바란다는 맥락이 녹아 있다.

3.8 전당대회를 놓고 국민의힘이 지금 벌이는 웃지 못할 촌극의 배경에는 내년 총선 공천이 있다. 국민의힘에는 성실히 의정활동을 하는 훌륭한 국회의원도 없지 않고 돌멩이에 비길 만한 정치인도 분명 있으나, 지금처럼 내부 계파 다툼, 공천 샅바싸움을 벌이다가는 이들이 모두 내년 총선에서 활활 타는 민심의 심판을 받아들게 될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옥석구분이다.

혹시 이를 경계한 말이라면 '옥석구분'을 적절히 인용한 사례라 하겠으나, 친윤계라는 이들이 윤 대통령을 감히 ‘폭정을 일삼는 제후’에 비기거나 내년 총선과 관련해 '이러다 다같이 죽는다'고 엄중하게 경고를 할 만한 정치적 맥락에 있지 않으니 꿈보다 해몽일 확률이 더 높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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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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