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땡깡' 논란, 말 자체가 틀렸다

일본어 잔재, 차별적 의미에도 무의식적 남용

"'땡깡' 부리고, 골목대장질 하고, 캐스팅보터나 하는 몰염치한 집단."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했다는 말이 언론에 이렇게 보도됐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에 대해 국민의당을 이렇게 비난했다고 한다.

'땡깡'은 잘못된 표기다. 어떤 질병을 일컫는 일본어 '텐칸(癲癇)'에서 온 이 말을 굳이 글로 옮기자면 '뗑깡'이라고 표기해야 옳다. 이 두 음절의 한자어를 우리 식으로 읽으면 '전간'이라고 읽는다. 하지만 '전간' 역시 한국에서는 쓰지 않는 말이다. 이 질병은 과거 한국에서는 '간질(癎疾)'이라고 불렸고, 현재는 '뇌전증'으로 고쳐 부르고 있다.

국민의당이 김이수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보인 행태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뗑깡'이 한국 여당 대표의 입에서 나오기에 적절한 말인지는 두 지점에서 의문이다.

첫째, '일본어 잔재'라는 점이다. '뗑깡'은 비교적 널리 사용되는 표현이기는 하나, '우동'처럼 거의 완전히 대중화된 고유명사와는 경우가 다르다. (그나마 '우동'도 '가락국수'로 '순화'하자는 게 국립국어원의 견해다.)

둘째, 차별적이라는 맥락이다. 이 단어를 비난으로 사용하는 것은 특정한 질병을 가진 환자를 비하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질병은 질병일 뿐 비난이나 비하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때문에 "일본어인 '뗑깡' 대신 '지랄병'이나 '간질'이라고 말했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당연히 성립할 수 없다.

우리 국어사전은 '뗑깡'의 어원이 일본어라는 점을 밝히며 '생떼'로 순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물며 '뗑'깡도 아닌 '땡'깡이라는 출처 불명의 표기가 언론 지상을 수놓고 있는 사태는 참담하기까지 하다. 추 대표의 말을 간접 인용할 때는 국어사전에 따라 '생떼'로 순화해 쓰고, 정치인의 발언이기 때문에 말한 그대로 직접 인용을 해야 한다면 '뗑깡'이라고 정확히(?) 써야 할 것이다.

참고로 '생떼'는 '억지로 쓰는 떼(부당한 요구나 청을 들어 달라고 고집하는 짓)'를 일컫는 말로, '아무 탈 없이 멀쩡함'을 뜻하는 표현 '생때같다'와는 무관하다. '생때'의 어원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으나 '생때같은 자식'은 '무탈하고 멀쩡한 자식'이지 '생떼를 부리는 자식'은 아니다.

▲국제뇌전증협회(IBE)와 국제뇌전증퇴치연맹(ILAE)이 매년 주최하는 '세계 뇌전증의 날(2월 13일)' 행사의 올해 수상작(12세 미만 부문). ⓒ세계뇌전증의날 홈페이지(epileps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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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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