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13시간 넘게 이어간 지하철 탑승 결국 무산

서울교통공사·경찰, 전장연 지하철 탑승 시도 끝끝내 가로막아…전장연은 3일 오전 시위 재개 예정

2일 오전 8시부터 13시간 넘게 진행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위한 지하철 '5분 승차' 시위가 결국 가로막혔다. 전장연은 3일 오전 삼각지역에서 다시 시위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으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1분의 지하철 지연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해 대치는 더욱 심화될 예정이다.

전장연은 이날 오후 10시쯤 '장애인권리예산·입법 쟁취 1박2일 1차 지하철 행동' 시위를 종료했다. 오전 8시 기자회견을 시작한 지 13시간 만이다.

전장연은 오전 8시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기자회견에서 "증액을 요구한 장애인 권리 예산 중 0.8%만 국회를 통과했다"라며 오전 9시10분부터 열차 탑승을 시도했다. 전장연은 앞서 법원이 제시한 강제조정안을 수용해 '5분 이내' 탑승을 하겠다고 밝혔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9일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 '전장연은 출근길 시위로 열차 운행이 5분 지연될 때마다 공사에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정안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공사는 "불법시위로 인한 이용객 불편, 공사가 입은 피해 등 다양한 여건을 고려해 심사숙고한 끝에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고 조정안을 거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또한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늦춘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삼각지역에는 오전부터 경찰 기동대 10개 부대가 투입되어 방패를 들고 전장연 활동가들의 지하철 탑승을 막았다. 서울교통공사 또한 삼각지역 현장에서 전장연 퇴거를 촉구하는 방송을 1분 간격으로 내보냈다. 이 과정에서 전장연 활동가들과 경찰 기동대, 공사 직원들 사이의 마찰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의 탑승 시도가 지속되자 삼각지역을 통과하는 열차가 무정차 통과되기도 했다. 오후 3시 2분 삼각지역을 지나는 당고개행 열차 1대가 무정차 통과된 것을 시작으로 오후 10시까지 총 13대 열차가 삼각지역을 정차하지 않고 통과했다.

결국 전장연 측은 오후 9시 40분쯤 집회 중단을 선언하고 장애인권 운동가인 고 우동민 열사 헌화를 끝으로 해산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집회 마무리를 하면서 "(5분은) 서울교통공사의 대변인과 합의했던 내용"이라며 지하철 탑승을 막은 서울시 및 공사 관계자를 비판하는 한편 "장애인이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재차 장애인권리예산 증액 등을 요구했다.

전장연은 3일에도 오전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지만 공사 측은 여전히 강경한 대응을 시사하고 있다. 공사는 이날 2021년 1월부터 약 2년간 총 82차례 진행된 지하철 내 시위에 대해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또한 전장연 활동가 24명을 일반교통방해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5분이 표시된 시계를 들고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9일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과 이 단체 박경석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강제조정하며 전장연이 지하철 승하차 시위로 5분을 초과해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면 1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하도록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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