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교육부 장관에 서한…"반 인권적 교육 개정 안 돼"

이주호 교육부에 "성적 권리 축소 의도 여실히 드러내" 강경 비판

행정예고 기간 종료를 앞둔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 국제앰네스티가 "평등과 차별금지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교육과정 행정예고 기간은 29일까지며, 이후 국가교육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교육부 장관이 확정·고시한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8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향해 9일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등학교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이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교육과정안"이 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삭제하고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묵인하고 부추기는 것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앞서 교육부는 고등학교 통합사회 성취 기준 해설 중 '사회적 소수자' 예시에서 '성소수자'를 제외했다. 또한 도덕과 교육과정 내 '성평등' 용어는 '성에 대한 편견'으로,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는 '성·생식 건강과 권리'로 수정되었다.

교육부는 "성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인 청소년기에 성소수자를 교육하는 것이 성정체성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라며 이유를 설명했지만 시민단체는 "성소수자를 이 사회에 없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라며 비판해왔다.

국제앰네스티 또한 이번 개정 교육과정이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의 개념과 가치를 축소하려는 의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재생산' 용어가 '생식'으로 바뀐 것에 대해서는 "성과 재생산 권리는 단순히 임신과 출신, 육아에 관한 권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재생산권'은 여성이 차별, 강압,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 등 온전하게 권리의 주체로서 존중받으며 성관계, 출산 등을 하거나 하지 않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국제인권규범 등에 정의되어 왔다.

국제앰네스티는 "'성과 재생산 권리'는 젠더, 나이, 성적 지향, 가족형태, 전통, 관습 등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인권"이라며 "교육부는 청소년들이 성과 재생산 권리를 적확한 명칭과 함께 포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또한 "유엔 인구개발위원회는 '청소년들에게 섹슈얼리티, 성과 재생산 건강, 성평등 그리고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긍정적이고 책임 있게 대하는 방법 등의 포괄적인 성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임을 인정해왔다"라며 "2022 개정 교육과정 전반에 인권과 평등, 포용성과 다양성의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가 지난 9일 행정예고한 개정 교육과정은 의견 수렴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지적이 제기되는 등 반대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인권단체는 지난 15일 개정안 내 성소수자 삭제·성평등 용어 변경 등은 일부 보수단체의 주장만이 담긴 것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역사과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한 연구진들 또한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로 수정된 것은 "연구진 동의 없이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수정한 것"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개정 교육과정은 29일 행정예고 기간이 종료된다. 이후 교육과정심의회가 최종안을 만들어 국가교육위원회에 제출하면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2 교육과정 개정 관련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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