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 죽음의 현장은 정치인의 홍보 촬영지가 아니다

[기고] 지난 2년간 900명이 더 죽었다…국회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하라

2020년 4월 29일. 준공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경기도 남이천 물류창고 신축현장에서 연쇄적인 폭발음과 함께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매케한 연기는 공사현장 일대를 새까맣게 뒤덮었다. 바로 '한익스프레스 남이천 물류창고 신축현장 산재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참사로 38명의 건설노동자가 죽고, 10여명이 부상, 가까스로 살아남은 건설노동자들은 동료들의 죽음에 씻을 수 없는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수많은 유족들은 왜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 일어나야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를 느꼈고, 국민들은 연일 뉴스 속보에 슬픔에 잠겼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온갖 정치인들은 서로 앞다퉈 참사현장으로, 합동분향소로 달려와 머리를 숙이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해 법안 마련 등 모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을 국민들앞에서 다짐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시간이 지나고,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사그라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시 건설현장은 전쟁터로 돌아가고, 건설노동자들은 매일매일을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하루에 한 명 이상, 한해 400명이 넘는 건설노동자들은 퇴근하지 못했다.

왜 세계 10대 경제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대한민국 건설현장은 소위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몇 십년째 반복되며, 1년에 400명이 넘게 떨어져 죽고, 깔려 죽고, 끼어 죽고, 폭발로 불에 타 죽고 있는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후 산재사망사고를 절반이하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시민들의 안전까지도 위협하는 타워크레인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집중 점검을 실시, 추락 산재사망사고 예방을 위해 일체형(시스템) 비계를 적극 권장 및 보조금 지급 등에서부터 '건설안전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혁신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40명이 죽은 '코리아2,000 물류창고 산재참사'와 판박이 사고라 불리던 '한익스프레스 산재참사'가 발생되자, 건설현장 산재사망사고·참사를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국토부)-건설안전전문가(안전학회/관련 교수)-사용자(각종 건설협회)-노조(민주노총/한국노총)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발주(설계-감리)-원도급-하도급-건설노동자'라는 중층적구조를 가진 건설현장의 특성과 구조를 반영하여 법안을 마련하였다.

그것이 2020년 9월 11일 더불어민주당 김교흥의원이 대표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안)'이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안성 물류창고 붕괴참사 추모 및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설안전특별법안'의 취지는 △발주/설계/시공/감리 등 공사참여자가 다양 △다수의 건설사업자가 동시에 작업 △건설기계/건설종사자도 수시로 바뀌는 건설현장의 특성을 반영하여, △현장의 공사기간/공사비용/작업조건/안전환경 조성에 가장 큰 권한을 가지며, 많은 개발이익을 취하는 발주자와 시공자에게 권한에 상응한 책임을 두며,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에 우선적 투자 유도를 통해 건설공사 특수성에 맞는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을 통한 건설사고 저감에 있다.

법안의 주요내용으로 △ 발주자는 설계/시공/감리가 안전을 우선 고려하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정한 공사기간과 공사비용을 의무제공하는 것을 핵심으로 △ 감리 권한 강화 △ 원청시공사가 공동사용 안전시설물 직접 설치/관리 및 위험작업 동시작업 금지 △ 안전관리 의무 소홀로 산재사망사고 유발시 그에 응당한 책임과 처벌 등을 두고 있다.

위 건설안전특별법안의 취지와 주요내용에 대부분의 건설노동자와 국민들은 공감할 것이다. 실제 국회 국토교통위의 법안 검토보고도 이 법안의 취지와 내용에 대부분 공감을 하고 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건설안전특별법안은 국회에서 단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제정법의 의무절차인 법안 공청회 개최에만 1년이 넘게 걸렸다.

이 또한 이 법안 제정을 반대하는 건설사들과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당시 야당(현 집권 여당)인 국민의 힘의 으름장과 반대를 위한 반대에 맞선 건설노동자들의 지난한 투쟁을 통해서 가능했다.

또 다시 1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11월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 소위원회 안건상정이 거부되었다는 참담한 소식을 접했다.

2021년 광주 학동 붕괴참사로 시민 9명의 목숨을 잃었고, 올초 광주 화정동에서 일어나서는 안될 붕괴참사로 6명의 목숨을 잃는 등 법안 발의후 건설사 등 법안 제정 반대 세력들에 의해 2년 2개월이 지나는 동안 900여명의 건설노동자가 죽어갔다.

실업과 고용을 반복하는 우리 건설노동자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오늘도 죽음의 건설현장으로 출근한다. 그리고, 더 이상 죽지않기 위해건설안전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하겠다는 필사의 각오로 전국에서 수만명의 건설노동자들이 11월 22일 국회로 올라와 투쟁을 벌여낼 것이다.

이제는 전국의 건설현장이 장례식장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는 건설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하지 않겠는가.이제 두 번 다시 여야 정치인들은 죽음의 건설현장에, 분향소에 얼씬도 하지 말라!

건설노동자에 대한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진정 국회의원이라면 당신들이 지금 당장 할 일은 건설안전특별법을 즉각 제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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