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는 일본 천황 항복 선언 날"…'뉴라이트'가 청년 전문가?

"尹 정부,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 전문성 결여 인사 … 방향성 우려"

국무총리실 산하 장관급 공직인사인 신지호 신임 청년정책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자격 논란'에 부딪혔다. 청년들은 특히 식민사관 논란 등 신 부위원장을 둘러싼 여러 논란보다도 "윤석열 정부 산하 2기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의 '방향성' 자체에 의문이 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는 14일 오후 성명을 내고 "신지호 부위원장이 청년 문제와 관련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한덕수 국무총리의 신 부위원장 임명이 "청년정책의 전문성과 전혀 무관한 보은성 인사"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0월 2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제7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희망복원, 공정기회, 참여보장의 청년정책을 본격 추진하겠다"며 신지호 신임 청조위 부위원장의 임명 소식을 알렸다.

신 부위원장은 자유주의연대 대표,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총장을 역임한 바 있는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로 꼽힌다.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한나라당에서 제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지난해 대선 경선 당시엔 윤석열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총괄부실장을 맡기도 했다.

특히 신 부위원장은 임명 직후인 지난 13일 청년연합,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주최한 '청년정책간담회'에 참가해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건국은 1948년 8월15일", "1945년 8월15일은 일본 천황이 항복 선언을 한 날" 등의 발언을 하며 때 아닌 식민사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여기에 과거 2006년 당시 식민지 근대화론 등을 담은 대안 역사 교과서 운동을 펼쳤던 신 부위원장의 이력이 더해지면서 식민사관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0월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제7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신지호 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전청넷 측은 뉴라이트 관련 사항 등 여러 논란보다도 신 부위원장의 '전문성 결여'에 초점을 맞췄다. "신 부위원장이 국회의원, 대선캠프 등 정치적 경력 외에 청년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도대체 누구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는 2020년 청년기본법이 제정되면서 국무총리실에 부여된 '청년정책 수립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조직된 기관이다. 국무총리가 위원장 자격을 지니며 민간 부위원장과 위원들로 구성된다. "정부의 청년정책이 '청년 당사자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조직 출범의 주 요인이었던 만큼 청년정책에 대한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자격으로 꼽힌다. (관련기사 ☞ 여의도 바깥, '지역'에서 청년들이 일궈낸 정치의 균열)

2020년 1기 출범 당시 '정치인 배제' 원칙을 적용해 민간 부위원장에 임명된 이승윤 중앙대 교수의 경우 청년문제 및 노동시장 관련 연구를 주로 수행하던 사회복지학 전문가였다. 국회의원 경력 중에도 행정안전위원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신 부위원장과는 '결이 달랐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다.

전청넷 측은 성명에서 "(청조위는) 정부의 청년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막중한 권한을 가진 정부 위원회이고, 특히 민간 부위원장직은 정부 청년정책의 방향과 계획을 결정하는 막중한 책임의 자리"라며 "이런 청조위 구성을 전문성은 결여되고, 왜곡된 인식만 가지고 있는 인사로 채운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강조했다.

이는 신 부위원장 개인의 '자격 논란'을 넘어 2기 청조위 전체의 '방향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청년 관련 활동·연구 끝에 1기 청조위 운영 당시 민간 위원을 맡았던 강보배 전 위원은 14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정권이 바뀌면 위원회 인사가 여당과 관련된 쪽으로 바뀌는 건 흔한 일"이라면서도 "(신 부위원장이) 정치인이고 여당 관련자여서 문제인 게 아니라, 정치를 하면서도 '청년 문제'를 들여다봤던 사람이 전혀 아니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 전 위원은 "현재 청조위 민간 위원 인사는 어떤 법인이나 단체의 대표, 혹은 정치 이력 등을 가진 '성공한 청년'들에 집중된 것 같다"며 "물론 그런 사람들이 일부 들어와야 하는 것도 맞고, 1기 당시에도 그런 인사는 있었지만, 실제 청년의 삶을 개선하겠다고 노력해온 '당사자'들이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은 아쉽다"고 평하기도 했다. 

'실제 청년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위해 출범한 청조위가 그 고민을 놓아버린다면, 청조위는 "단순히 유망한 사람들의 (정치) 놀이터나 선거용 청년 조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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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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