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첩보 삭제? 원본 있는데 누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나?"

"서욱·김홍희가 '윗선'으로 서훈 지목? 진위 모르겠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 서욱 전 국방장관이 검찰 조사에서 '윗선'으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목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 박지원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진위를 모르겠다"며 "(자료) 삭제를 논의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박 전 국정원장은 26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관련 보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 두 분이 어떠한 진술을 했는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그 진위는 잘 모르겠다. 제가 모든 회의에 참석해 봤지만 (자료) 삭제, 그러한 얘기를 논의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했다.

전날 JTBC 방송은 서욱 전 국방장관이 지난 24일 구속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청와대 관계장관 회의에서 서훈 당시 국가안보실장의 지시를 받고 군에 '보안 유지' 지침을 내렸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서 전 장관과 함께 구속된 김홍희 전 해경 청장도 '월북했다'는 발표를 하게 된 경위와 관련,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서 당시 실장으로부터 "해경도 국방부의 월북 관련 발표를 참고해 발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박 전 원장은 이에 대해 "안보실과 국방부·해경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 하는 것은 모르지만, 제가 참석한 회의에서 그러한 얘기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국정원장은 안보관계장관회의나 NSC상임위에 고정 참석 대상이다.

박 전 원장은 라디오 진행자가 '없었다'이냐, '기억이 없다'이냐고 되묻자 "국정원에(서)는 그런 지시가 없었다"고 재확인했다.

박 전 원장은 검찰 수사가 터무니없다는 취지로 "첩보 생산부서는 국방부이고 우리는 공유부서인데, 내가 삭제 지시도 안 했지만 삭제 지시를 했다고 한들 원본이 국방부에 남아 있고 더 나아가서 미국에도 있는데 어떻게 그런 바보짓을 하겠느냐"며 "책방에서 책을 사다가 어떤 부분을 찢어버렸다고 하면 죄가 된다? (다른) 책은 남아 있다. 세상에 원본이 남아 있는 것을 눈감고 아웅하느냐. 저는 그런 바보짓을 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영배 의원도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에 (국정감사에서) 확인된 것이, 원본은 첩보 생산부대에 그대로 남아 있고 현직 국방장관이 지금이라도 언제든지 그 원본을 열람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때 생산됐던 첩보가 없어진 게 아니다. 정보라고 하는 것은 늘 일순간 가치가 있다가도 지나고 나면 기밀이 돼야 할 이유도 있고 판단이 끝나면 필요 없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청소하듯이 이렇게 조정하는 것인데, 이것을 범죄행위로 규정하면 지금 국방부와 군이 앞으로도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주 서욱·김홍희 등 당시 기관장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데 대해서도 "이미 국가 기관에 (자료가) 다 남아 있고 현재 피의자들은 다 민간인 신분 아닌가. 그러니까 증거 인멸의 가능성은 없고, 도주(가능성 여부)도 이미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고 있었는데 사법부의 판단이 굉장히 아쉽다"고 비판했다.

한편 박 전 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를 앞두고 조상준 현 국정원 기조실장이 전격 사퇴한 데 대해서는 SNS에 올린 글에서 "인사 문제로 원장과 충돌한다는 등 풍문은 들었지만 저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만약 사의가 수리된다면 검찰 논리로 국정원을 재단하는 분보다는 국민과 국정원의 시각으로 국정원을 개혁하고 발전시킬 국정원 내부 인사가 승진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자료사진).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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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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