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5개월…'이재명·文 수사', '尹 퇴진' 정치권 극한대립 재개

민주당 "야당 학살 공안정국" vs 국민의힘 "거짓 선동 촛불"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첫 예산안 시정연설 보이콧을 선언했다. 시민단체는 광화문에서 '윤석열 퇴진'을 외쳤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 집회에 참석했다. 국민의힘은 "거짓 선동 촛불"이라며 비난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 출범 5개월 만의 정치권 안팎 풍경이다. 지난 3월 대선 직전 극에 달했던 '적대와 증오의 정치'가 재연되는 양상이다.

격앙된 민주당 "공안정국", "야당 학살"…일부 의원 '尹 퇴진 촛불' 참가도

민주당은 23일 원내대표·사무총장이 연달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정부·여당에 한껏 날을 세웠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무시, 야당 탄압이 끊이지 않는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나서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면서 "윤 대통령의 대국민·대국회 사과가 없다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위기 극복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대통령이 통큰 통합의 정치를 한다면 진정성이라도 인정받을 터"라며 "(그런데) 게도 구럭도 다 놓치고 있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전제돼야 협치의 물꼬가 트이고 위기를 극복할 정치 복원 시발점도 마련될 수 있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오늘·내일 중 또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다면 그 또한 묵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제안한 '대장동 특검'에 대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떳떳하다면 즉시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오는 25일 국회 시정연설 전까지 분명히 답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은 10월 중으로 특검법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설특검 아닌 일반특검 형태로 추진하며, 수사대상·기간 등은 추가 논의를 통해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조 사무총장은 이재명 대표 대선자금 수사 외에도 문재인 정부 시절의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등 수사를 싸잡아 "윤석열 정권은 경제·민생·협치는 포기하고 오로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죽이기, 민주당 압살에만 혈안이 돼있다"며 "정치 계엄과 다를 바 없다", "검찰 독재 신공안정국", "정치 학살과 야당 파괴" 등 수위 높은 표현을 총동원했다.

조 사무총장은 "서욱 전 국방장관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의 구속을 시작으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까지 칼날을 겨누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겨냥하는 대선자금 수사 등 정치검찰의 두 개의 칼날이 야당과 민주진보진영 전체의 학살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총장은 "(구속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선 캠프의 자금 조달책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자금 수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 '의자가 돈을 먹었다'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검찰 수사에 대한 민주당의 뿌리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에 민주당 김용민·황운하 의원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다만 야당 내에서도 이같은 흐름에 대한 경계 내지 반대 기류도 읽힌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SNS에 쓴 글에서 "민생과 경제와 안보가 절벽으로 떨어질 위기에도 정치보복에만 열중하는 윤석열 정권의 행태는 규탄받아 마땅하지만 민주당이 먼저 나서서 퇴진을 말할 때는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있어야 할 자리는 민생을 돌보는 현장이지, 정권 퇴진 집회 현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박 전 위원장은 특검 추진에는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당 전체에 해가 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22일에는 김해영 전 의원이 역시 SNS에 "이 대표님, 그만하면 됐습니다.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주십시오"라며 정면으로 반기를 들기도 했다. 앞서 설훈 의원이 "이런 사태를 예견했다"며 "(그래서) 대표로 나오지 말라는 주문을 했던 것"이라고 한 데 이어서다.

국민의힘 맞불 "특검, 협상 자체 전혀 염두에 안 둔다"

국민의힘은 맞대응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 간담회를 열어 "(민주당의) 특검 요구 자체가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수사 지연, 물타기, 증거인멸 시도"라며 "특검 관련 협상 자체를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특검법 일방처리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일방적으로 특검법을 만들어 수사 주체를 변경하고 수사를 지연시키려 한다면 국민이 다음 선거에서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의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 보이콧 방침에 대해서는 "시정연설은 듣고 싶으면 듣고, 듣기 싫으면 듣지 않는 그런 내용이 아니고 국회의 책무"라며 "저로서는 이런 경색상황이 대단히 우려스럽다. 예산도 법정기간 내 통과시켜야 하고 중요 법안들도 처리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이런 이유를 앞세워서 의사일정 진행을 거부하고 협력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도 특검 수용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특검은 여야가 합의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이 '25일 시정연설 전까지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의 시정연설 보이콧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정연설은 내년도 예산안을 국민 앞에 보고드리고 정부의 정책 기조를 설명하는 자리"라며 "국회법 84조에 보면 예산안에 대해 본회의에서 정부 시정연설을 '듣는다'고 규정돼 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여당과 대통령실은 이런 가운데 친야권 성향 시민단체의 윤 대통령 퇴진 요구 집회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1일 해당 집회 개최를 앞두고 기자들이 입장을 묻자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에 대통령실은 더욱 귀를 기울이겠지만, 헌정질서를 흔드는 일들은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씀도 함께 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퇴진 집회를 '헌정질서를 흔드는 일'로 규정한 셈이다.

국민의힘도 장동혁 원내대변인 논평에서 "어린 학생들까지 이용한 거짓 선동 촛불"이라며 "지금 든 촛불은 '민심'이 아니라 '사악한 욕심'", "아무런 명분 없는 오늘의 집회는 '촛불 든 소풍'으로 끝날 것" 등 비난을 쏟아냈다. 장 원내대변인은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국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겠다'고 예고했다"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이재명 대표 관련 의혹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촛불을 아무리 들어도 죄의 실체를 털끝만큼도 태울 수 없다"고 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지금 국민들은 비리로 얼룩진 문재인 정부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꼬리를 자르며 담대한 거짓말을 하는 이재명 대표에게 분노하고 있다"며 "누가, 무엇을 위해 촛불을 들든 그 불길은 윤석열 정부가 아닌 민주당을 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 내에서는 민주당의 '사법 리스크' 현실화가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반사이익으로 작용,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어느 정도 흐르고 있다. 그러나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심'의 영향력이 더 확대되는 것은 비윤계 주자들에게 달갑지 않은 일인 만큼, 여당 내 권력의 무게추가 한 쪽으로 쏠리는 데 대한 견제가 나타날 수 있다.

최근 당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나, 정진석 비대위가 조강특위를 통해 사고 당협 정비에 나서는 데 대해 윤상현 의원이 "당협 줄세우기"라고 비판한 일 등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시청역 앞에서 '촛불전환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11차 전국집중 촛불 집회' 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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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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