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한 발언이 일선 경찰들 반발에 불을 지르고 야당 의원들의 질타로 이어졌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이 장관에게 "그 모임(전국 경찰서장 회의)을 쿠데타 즉 내란에 비유했다"며 "판사 출신이니까 잘 아실 거다. 내란이 성립하려면 내란 목적이 있어야 된다. 이번 경찰 모임에 내란 목적이 어떤 게 있냐"고 물었다.
이 장관이 "제가 말씀드리는 건 위험성을 이야기한 거다"라고 하자 박주민 의원은 "법률 전문가시고 부처의 장관이시다. 말씀하실 때는 여러 가지 다 판단하고 고려해서 신중하게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제가 내란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고 하자 박주민 의원은 "쿠데타가 내란"이라고 반박했다. 이 장관이 "(쿠데타와 내란은) 좀 다르다"고 맞서자 박주민 의원은 "쿠데타하고 내란이 다르다는 거의 유일한 학설이 나온 것 같다. 내란이 되려면 내란 목적이 있어야 되고 또 위력 행사나 이런 정도가 있어야 된다"고 재차 이야기했다.
이어 박주민 의원이 "의견을 모아서 자신의 수장이 될 후보자에게 전달하겠다는 것이었다. 어디서 국헌을 문란하게 하고 어떤 내란의 목적이 있었다는 거냐"고 묻자 이 장관은 "공무원의 집단행동은 금지돼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박주민 의원이 2012년 검사들이 대검 중수부 폐지 등을 추진하던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 퇴진 요구 집단행동을 한 일을 언급하며 "한 총장 물러나라고 했던 검사들의 집단행동은 적법했냐"고 묻자 이 의원은 "그것과는 다른 것"이라고만 답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이 장관의 '쿠데타 발언'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경찰 집단행동에 대해 "배부른 밥투정"이라고 한 일을 언급하며 "일선 경찰을 대한민국의 장관이라고 하는 분이, 대한민국의 집권당 원내대표라고 하는 분이 염장을 지른다. 이게 올바른 행정이냐"고 이 장관에게 물었다.
이 장관은 "대한민국의 모든 경찰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경찰관들이 그렇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이분(집단행동에 나선 경찰)들이 묵묵히 열심히 자기 일을 수행하는 다른 경찰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범계 의원은 "왜 경찰국을 만들려고 하는지 안다. 수사 간섭 통제하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이 장관은 "전혀 아니다. 저희가 만드는 경찰국에서 하려는 일과 경찰관 지휘규칙을 구체적으로 보시면 그런 우려는 모두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질의에 대한 응답에서도 "경찰의 경우 검찰과 다르게 언제든지 강제력과 물리력을 동원할 수 있다"며 "어떻게 보면 상당히 통제돼야 하는 조직인데 이런 조직의 최일선 지휘관들이 상관 명령에 불복종하여 인위적 모임을 가진 것"이라고 경찰 집단행동을 비판했다.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 세력에 대해선 "짐작이 가는 것은 있다"며 경찰대 출신들을 암묵적으로 시사했다. 그는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고 언론 취재나 경찰 내부 감찰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향후 대응 계획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합당한 처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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