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서울 표심이 결정했다…여성부 폐지? 갈등 촉진할 수도"

이수정 "젊은 여성유권자 결집, 정치사 차원 중요 이벤트였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20대 대선 결과가 주는 시사점과 관련해 "서울의 표심",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갈등" 두 가지를 핵심 포인트로 짚어냈다.

김 전 위원장은 11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이 너무나 초박빙으로 끝났기 때문에 나라가 반으로 나눠져 가는 그런 느낌을 가질 것"이라며 "그래서 이 문제를 어떻게 치유할 것이냐 하는 것이 1차적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선자께서 '국민통합을 제1차의 과제로 생각하겠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 문제에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될 것"이라며 "국민통합이란 게 어떤 기구 하나 만든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이번 대선을 명확하게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의 그 동안 여러 가지 갈등 문제가 많은데 (특히) 서울에서 나타난 표심을 보면 그 갈등 문제가 어디 있다는 것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고 짚었다.

김 전 위원장은 "서울의 표심이 이번 대선을 결정했다"며 "서울에 얼마만큼 빈부의 격차가 심하다고 하는 것이 이번 표심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강남과 강북, 강북에서도 소위 옛날 사대문 안 유권자들은 당선자에게 표를 줬고, 나머지 변두리 쪽에 있는 도봉·노원·강북·은평 이런 데는 이재명 씨한테 표가 많이 간 것"이라며 "그 자체가 우리나라의 소득분배 격차를 확연하게 드러냈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런 문제가 1차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사항이 아닌가"라며 "윤석열 당선자께서 선거기간 중간에도 처음부터 '약자와의 동행'을 말씀하지 않았나. 그 문제에 앞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라고 제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IMF사태 이후부터 벌어지고 있는 양극화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를 겪으면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그것을 어떻게 좁혀나가느냐 하는 것이 국민통합의 가장 선결과제"라며, 코로나로 인한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당선자의 의지에 따라서 50조 정도의 추경을 갖다 하겠다 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극화 현실이 반영된 서울의 표심과 함께, 20대 여성의 '이재명 선호 투표' 현상에 대해서도 김 전 위원장은 언급했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젠더 갈등' 문제라는 것이 표심을 완전히 양 쪽으로 갈라놓지 않았느냐"며 "'이대남'은 지금 당선자 쪽으로 표를 던졌고, '이대녀'는 이재명 씨 쪽으로 표를 던지고 이런 갈등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무조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할 것 같으면 그 갈등구조를 촉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보기에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는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여성부 폐지 문제는 과거 이명박 정권이 처음에 시작될 때도 논의하다가 결국 못하고 만 것 아니냐. 그러니까 이번에도 벌써 '어느 정도 기능조정을 통해서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건 앞으로 우리가 논의과정을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날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대선 결과 발표 직후 윤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했다며 "윤 후보가 '앞으로 많이 도와달라'고 전화가 와서, 나는 '당선을 축하한다. 꼭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덕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여성본부 고문을 맡았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도 20대 여성 표심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같은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젊은 여성층의 투표 성향에서) 특별한 양상이 발견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지금 20대 이하는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이재명 후보를 거의 두 배 정도 지지하고 윤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 이게 객관적 사실"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여성 유권자들, 특히 젊은 여성 유권자들이 지금처럼 이렇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목소리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이번 대선에서만큼은 모두 결집해 유권자로서의 목소리를 낸 정치사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이벤트였다"며 "그 여성의 표심을 정확하게 파악을 하셔야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윤 당선인이 왜 젊은 여성층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윤 후보 측의 선거 전략은 사실은 국민의힘의 선거 전략이었다. 때문에 윤 후보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상당 부분 이 정당의 색깔, 일관된 노선이 결국 (윤 당선인에게) 어떤 한 방향의 선택을 하게 만든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선택을 유도한, 국민의힘 내의 "일관된 노선"이 문제라는 이야기인데 사실상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것과 다름없다.

이 교수는 "여성 정책은 그대로 살아 있었다. 공약집에 보시면 사법공약 중에 2분의 1이 여성정책이었다"고 하는 등 자신과 여성본부 구성원들 나름의 노력이 있었음을 강조하면서 "그런데 문제는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타이틀이 갖는 상징적 의미만 홍보가 되고 그 공약들이 하나도 제대로 전달이 안 됐다", "정책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자'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에"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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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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