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에도 대화 기회를 줘야 한다

[정욱식 칼럼] 핵실험과 ICBM? 북한이 대화에 나서야 할 까닭은

새해 들어 북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현재까지 네 차례에 걸쳐 각종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데 이어, 1월 20일에는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시험 발사 재개 등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8년 4월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 핵실험과 ICBM 발사 중단을 결의하면서 대미 담판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와의 정상회담이 허망하게 끝나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도 변함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전략무기 시험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는 북한이 작년 1월 당대회에서 밝힌 입장과도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과 함께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 5000㎞ 사정권안의 타격명중률 제고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 ICBM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의 보유 등을 "국방력 발전 5대 과업"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연이은 시험 발사를 통해 완성했다고 판단하고는 다음 수순으로 초대형 핵탄두 및 각종 ICBM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북한은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미국의 대규모 군비증강과 한미연합훈련, 그리고 각종 제재 등 "적대시 정책"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에 맞서 전략무기 개발과 시험을 본격화하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미국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밝혔다. 회의에서는 현 한반도 주변 정세와 일련의 국제 문제들에 대한 분석 보고를 청취하고 금후 대미 대응 방향을 토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금 북한에 필요한 것은 무모하고도 위험한 군비경쟁과 군사적 긴장 고조가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시로 다짐해온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건설에 필요한 평화적인 대외 환경 조성이다. 군비증강을 통해 "군사력 균형"과 "전쟁 억제력"을 확보하려는 것보다 외교 협상을 통한, 즉 '다른 수단을 통한 안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자신감을 갖고 대화에 임할 필요가 있다. 북미정상회담의 허망한 결과에 대해 미국에는 배신감을 표하고, 스스로에겐 '순진했다'며 자책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부족했는지 성찰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꺼려했던 과거에 나는 미국을 향해 '대화에 기회를 줘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이제 이 호소를 북한에 하고 싶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는 여러 가지 실망스러운 요소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건 없이 언제 어디서든 만나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일축할 필요는 없다. 북한은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미국측과 만나 협상의 접점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북한과 군사적 적대 관계에 있는 한미일도 대북정책을 성찰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잘 거론되지 않고 있지만 한미일의 대북정책의 핵심은 '대북 억제력 강화'에 있다. 이걸 당연시할수록 북한의 폭주를 멈춰 세우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미 군사력에 있어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한미일이 군비증강에 나설수록 북한은 핵과 미사일 증강을 통해 "군사력 균형"을 달성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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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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