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이겼다" 빗속에서도 웃음꽃 활짝 핀 시민들

[현장] 봄비 맞으며 광화문 메운 시민들 "우리가 세상의 주인…모두가 행복한 세상 만들자"

"우리가 승리했다! 민주주의가 이겼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4달간 광장을 지켜온 시민들이 광화문에 모여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응원봉과 깃발 등 광장의 상징이 된 물품들을 들고 온 시민들은 춤을 추고 환호하며 "우리가 세상의 주인"이라고 외쳤다. 또 "탄핵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며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소리 높였다.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8차 범시민 대행진'에 모인 시민들은 그토록 바라던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자축했다. 비가 쏟아졌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탄핵 축하 고깔 모자를 쓰고 다니는 시민, 기념품을 나눠주는 활동가들과 함께 환호의 함성을 지르는 시민, 탄핵을 기념하는 서예를 하거나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피켓을 들고 단체사진을 찍는 시민 등 각자의 방식대로 축제의 장을 즐겼다.

현장에서는 "모두 빛입니다. 애쓰셨습니다" 등 고생한 시민들을 위로하는 피켓들도 눈에 띄었다. 탄핵 광장의 상징이 된 깃발 수백 개는 이날도 음악에 맞춰 나부꼈다. 국회의원들은 천막 앞에서 길거리를 지나는 시민들과 함께 환호했으며,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시민들에 초코파이를 나눠줬다.

이날 집회에서는 탄핵을 기념하는 가수들의 공연과 시민들의 떼창이 이어졌다. 이한철밴드가 '슈퍼스타'를 부르기 시작하자 시민들은 어깨동무를 한 채 노래를 따라불렀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괜찮아 잘 될거야.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한 다음날인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승리의날 범시민대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들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4달간 광장을 지키며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뤄낸 소감을 나눴다. 박나혜 씨는 "어제 주문을 말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의 목소리에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다음 올 내용이 무엇인지 직감하면서 지금까지 함께한 모든 민주시민의 마음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 같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남태령과 한강진, 광장에서, 회사에서 함께한 조마조마했던 밤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며 "우리가 싸워 이겨 변화의 첫 발을 내딛었다. 이제 뒤로 가지 말고 앞으로 헤쳐나가자"고 했다.

김동휘 씨는 "우리는 극우세력의 폭력에 맞서 헌정질서를 목이 쉬도록 노래했다. 살기등등한 저들의 혐오에 맞서 다양하고 귀여운 깃발의 물결로 광장에 자유를 넘실거리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오로지 우리의 연대로 기어이 한 걸음을 내딛었다.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다시 새롭게 쓰일 것"이라고 했다.

야당 정치인들도 한자리에 모여 탄핵을 이끌어낸 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민주주의 적을 민주주의로 물리쳐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피로 쓴 역사를 혀로 지울 수 없고, 피로 쓴 헌법을 그 누구도 파괴할 수 없다. 이것이 민심이오. 이것이 헌법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도 "시민들이 들었던 응원봉의 빛과 간절한 외침, 더 나은 내일을 향한 꿈을 잊지 않겠다"며 "123일간 함께 고생한 국민 여러분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번 승리에서 멈추지 말고 모두가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자고 소리 높였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장애여성으로 밝힌 진은선 씨는 "차별과 불평등을 뚫고 시대와 불화해 온 몸들이 결국 이겼다. 이 연대의 힘을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파면 이후의 일상으로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진 씨는 "차별과 혐오를 전략삼아 평등을 위협해온 정치를 당장 중단하고 모두의 삶이 존엄하고 환대받을 수 있는 세상을 바란다"고 했다. 시민들은 "페미니즘과 함께, 차별금지법과 함께 새로운 민주주의로 가자 평등으로!"라는 그의 외침에 환호했다.

집회를 주최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도 "탄핵 너머, 대선 너머, 사회 대개혁으로 세상을 바꾸자"고 선언하며 향후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비상행동은 "우리는 다음 대통령이 누구든 광장의 시민들은 '권력의 주인'임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를 감시하고, 권력을 견제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확대하기 위해 서로에게 묻고 연결하고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한 다음날인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승리의날 범시민대행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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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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