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앞으로 다가온 아프간 난민 자립, 대책은 마련됐을까

이동권 등 권리 박탈, '특별지위자' 지위 부여로 인한 법적 공백 비판도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잡은 뒤 카불을 떠나 지난해 8월 한국으로 피난해 전남 여수 해양경찰교육원(이하 교육원)에서 생활하던 아프간 난민들이 지난 7일 퇴소를 시작했다. 총 78가구, 387명인 이들의 퇴소는 오는 2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아프간 난민을 받으며 정부는 '특별기여자'라는 명칭을 붙였다. 이들이 아프간에 살 때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한 점을 강조해 난민 혐오자들의 반대를 피해가려던 것이었다. 정부가 '특별기여자'라고 부른 아프간 난민의 교육원 생활은 어땠을까. 퇴소 뒤 이들의 생활대책은 마련돼 있을까.

결과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난민운동단체들이 교육원 내 아프간 난민들이 이동의 자유, 외부 접촉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 권리를 박탈당한 채 퇴소 뒤 생활안정 방안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해 불안해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 이유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13일 서울 종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 난민들은 입소시부터 현재까지 바깥으로 자유롭게 외출을 할 수도,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날 수도 없었다"며 "이때문에 한밤 중 긴급상황이 발생해도 치료가 즉각 이뤄지기 어려웠고, 안경 등 당사자가 직접 맞춰야 할 필수품을 구할 때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프간 난민들은 퇴소 뒤 어떻게 될지, 이에 대한 정부의 계획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공개적 형태로 구직 정보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매칭하는 시도도 없이 자신들의 역할을 마무리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아프간 난민에 대한 한국정부의 책임은 2월 이후 퇴소시에 이들에게 손 흔들며 인사하는 것으로 종료되지 않는다"며 정부에 △ 경력, 전문성이 고려된 직업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공개적 방안 마련 △ 법적 근거 없는 구금에 대한 사과와 외출절차 마련 등을 촉구했다.

▲ 난민인권네트워크가 13일 서울 종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정부에 아프간 난민 보호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정부가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고자 아프간 난민에게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난민법'에 따른 난민 지위가 아닌 '특별기여자'라는 새로운 지위를 부여한 탓에 법적 공백과 혼선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때문에 아프간 난민이 다른 난민에 비해서도 차별적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수연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한국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170여 명의 재정착 난민을 받아왔고 이들에게 2년간 임대보증금 일부 지원, 초기 생활필수품 지원, 직업알선 등 지원을 해왔다"며 "현재까지 재정착 난민에게 보장했던 것과 같은 수준의 처우 보장이나 정착 지원이 아프간 특별기여자에게도 적용될 예정인지에 대해서는 공표된 바 없다"고 밝혔다.

'재정착 난민'은 유엔난민기구의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 유입된 난민이다. 일반적으로 분쟁 국가에서 탈출한 난민에 대해 심사가 이뤄지며, 심사를 거치지 않고 개별 입국 등 방법으로 한국에 온 난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두터운 보호가 이뤄진다. 교육원 내 아프간 난민 역시 정부가 분쟁 상황에서 이들이 처한 위험을 인정해 데려온 이들인만큼 재정착 난민에 준해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난민인권네트워크의 주장이다.

전 변호사는 또 "특별기여자의 처우를 난민인정자의 처우에 준하게 하는 재한외국인법 개정안이 발의돼있지만 구체적 내용을 보면 동일한 처우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며 "난민인정자에게 인정되는 가족결합권(난민인정자의 배우자 또는 미성년 자녀가 한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한 권리)은 특별기여자에게 준용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어 "체류자격상 특별기여자는 난민인정자와 달리 영주자격을 신청할 수도 없다"며 "정부가 특별기여자는 난민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상황에서 실질상 처우를 난민에 준하게 하려면 여기저기 누더기 법안이 생겨날 것이고 사각지대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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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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