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연이어 시험발사하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선제타격론을 꺼내들었다. 극초음속 미사일이 마하 5를 훌쩍 넘을 정도로 매우 빠르고 선회기동으로 미사일방어체제(MD)를 회피할 수 있어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발사 징후가 보이면 "선제타격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의 선제타격론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억제하기보다는 오히려 핵전쟁의 위험을 키울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그 이유는 간명하다. 선제타격론은 북한에게 '잃느냐 사용하느냐(lose or use)'라는 딜레마를 안겨준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이 취할 선택은 핵과 미사일의 양적·질적 증강과 더불어 '경보 즉시 발사(launch on warning)'이 될 것이다. 즉, 북한은 남한이나 미국의 선제타격 징후가 포착되면 미사일을 즉각 발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태세를 갖추고 과시해야 적대국의 선제타격을 억제할 수 있다고 믿고선 말이다. 이렇게 되면 위기관리는 더더욱 어려워지고 우발적인 핵전쟁의 위험도 커지게 된다.
기실 선제타격 가능성에 맞서 일촉즉발의 공격 태세를 갖추는 것은 '일반적'이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핵보유국이 취하고 있는 군사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정책을 유별난 것으로 간주하면 적절한 해법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처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은 무엇일까?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에 해당된다. 그리고 한미, 혹은 한미일은 이미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알파'가 필요하다.
우선 '북한은 왜 극초음속 미사일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까'라는 기본적인 질문부터 던져볼 필요가 있다. 답은 급속도로 강화되고 있는 한미일의 MD를 무력화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는 유감스럽지만 예견된 일이다. 한미가 경북 성주에 사드 배치를 강행했을 때, 북한이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을 공언한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이는 곧 한미일이 MD를 강화할수록 북한도 이를 회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MD를 사실상 금지했던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1972년 미국과 소련이 체결한 이 조약의 핵심 목표는 위기관리와 군비경쟁 억제를 통한 '전략적 안정'이었다. 그리고 이 조약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했던 2001년까지 "국제 평화와 안정을 지킨 초석"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반면 ABM 조약이 종료된 이후 위기관리와 군비경쟁 억제 모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미중 전략경쟁에서부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러 갈등에 이르기까지 'ABM 조약이 사라진 세계'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우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MD를 강화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어느덧 사라진 'MD 논쟁'을 생산적인 방식으로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9.19 군사 합의'의 중요성이다. 빛바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보석과도 같은 성과가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이 합의의 핵심 목표는 국지적·우발적 충돌 방지에 있고 실제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증강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 합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이 합의의 의미를 평가절하하고 파기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지만, 이 역설부터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또다시 남북한 사이에 국지 충돌이나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면, 국내에선 '북한이 핵무기의 위력을 믿고 도발한 것'이라는 주장이 맹위를 떨치면서 강경 대응론이 득세할 것이다. 이에 북한이 군사 태세를 강화하면 남한에선 '핵미사일이 날아올 수 있다'며 선제타격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질 것이다.
9.19 군사 합의의 역설적 중요성은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방지하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 있다. 국지적·우발적 충돌 가능성 자체를 획기적으로 낮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9.19 군사 합의는 파기의 대상이 아니라 유지·발전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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