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20일 총파업을 진행하고 전국 14개 지역에서 파업 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날 파업 대회의 전국 참가자 수는 8만여 명이다.
참가자들의 주요 요구는 △ 비정규직 문제 해결 △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근기법 전면 적용 △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 △ 재난 시기와 산업전환기 일자리 대책 마련 △ 돌봄, 의료, 교육, 주택, 교통 공공성 강화 등이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발표한 선언문에서 "오늘 110만 민주노총 조합원은 자본과 정권의 탄압을 뚫고 총파업을 성사시키고 광장에 나섰다"며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5년 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광장에 나섰던 촛불시민들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 민중이 중인인 나라, 노동자 민중의 삶을 책임지는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그러나 지난 5년간 한국사회의 불평등은 심화되었고 노동자, 민중의 삶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더 이상 불평등체제에서 인내하며 살아갈 수 없기에 우리는 결연히 총파업 투쟁에 나섰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기성정치 세력이 아닌 불평등한 현실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과 분노를 가진 노동자, 민중이 한국사회의 대전환을 실현한 주체들이고 이 자리에 선 우리가 한국사회의 희망이고 미래"라며 "오늘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불평등 체제 타파, 한국사회 대전환을 위한 정의로운 투쟁의 역사적 출발"이라고 밝혔다.
공공의료 강화에서 비정규직 철폐까지...파업 참가자들의 바람
2만 5000여 명(민주노총 추정)이 참가해 가장 규모가 컸던 서울 파업대회는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기습적으로 개최됐다. 참가자들은 마스크와 페이스가드를 쓰고 서대문역 교차로로부터 네 방향으로 뻗은 도로를 따라 자리에 앉았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도심 주요 지역에 차벽을 설치하고 검문소를 운영했지만 집회를 막지는 못했다. 집회 중에도 경찰은 수 차례 해산 방송을 했다.
서울 파업대회 현장에서는 건설노조,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등 여러 산별노조의 깃발이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일하는 현장에서 느낀 노동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자 참여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확진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인 최은영 씨는 "한국사회에 공공병상이 10%밖에 되지 않는데 너무 부족하다"며 "코로나 일선에서 일하는 상급 공공병원 간호사들은 담당하는 환자수가 너무 많아 제대로 돌볼 수 없고 결국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씨는 "공공병원을 늘리고 간호사 인력을 확충해달라고 아무리 요구해도 간호 인력은 늘지 않았다"며 "노동자로서 이런 걸 이야기할 수 없는 곳이 없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대회에 왔다"고 밝혔다.
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사인 박윤숙 씨는 "근본적으로는 비정규직을 철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매일 만나는 학생들도 정규직이 되고 싶다고 말할 정도의 사회가 됐는데 졸업하는 학생 중 몇 명이나 정규직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씨는 "가진 자들이 자신이 누리는 걸 계속 누리게 해달라며 공정을 말하는데 정말 공정은 비정규직을 철폐해 누구든 고용구조와 상관없이 자신이 땀 흘려 일한만큼 충분한 대가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마음으로 코로나 시국에도 대회까지 왔다"고 밝혔다.
양경수 위원장 "불평등 세상 바꾸겠다는 노동자 결의는 막을 수 없다"
한편, 지난 7월 3일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등을 이유로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적용받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총파업 참가자들에게 옥중서신을 보내왔다.
양 위원장은 "어렵고 힘든 조건 속에서도 총파업 투쟁을 성사하고 이 자리에 모여주신 동지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정권이 민주노총 위원장의 입을 막을 수는 있었을지 몰라도 불평등 세상을 바꾸겠다는 노동자의 결의는 막을 수 없음이 증명되었다"고 적었다.
양 위원장은 이어 한국사회에 양질의 일자리와 복지국가,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한 비정규직 철폐, 부의 세습을 막기 위한 무상교육과 부동산 투기소득 환수 등이 필요하다며 "더 많은 동지들과 더 큰 투쟁으로 세상을 바꾸어 가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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