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에 이준석 "사실이면 심각한 문제"

"진상조사 신속히 진행…당무감사 할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고위관계자가 총선을 앞두고 야당 정치인에게 여권 정치인과 언론인들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과 관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라며 진상조사·당무감사 의지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당내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과 이 대표 간의 갈등설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3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금까지의 사실관계로는 단언하기 어렵다"면서도 "실제적으로 우리 당 후보의 개입이 있었다면 심각한 문제라는 판단에 동의한다"며 "(사실) 규명 노력에 당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의 조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당내 진상조사, 사실 파악을 신속히 진행하겠다"면서 "당무감사도 당연히 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이 대표는 사건 당사자들이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김웅 의원은 본인이 그 문건을 이첩받았는지도 불확실하게 답변했다. 그런 부분도 당무감사를 통해 파악하겠다"며 "김 의원 본인이 '여러 문건을 전달한 바 있다'고 했지만 특정 사안에 대해 본인이 한 것을 기억 못 한다고 했고, 법률지원단(당시 단장 정점식 의원)도 기억을 못 한다고 해서 그 부분을 엄격하게 당무감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김 의원은 당시 검찰에서 퇴직해 정당인으로 활동하던 시절"이라며 "그 제보를 검찰에서 받는 게 부적절하다고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다만 당시 야당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차원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당시 저도 최고위원으로 당 지도부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지도부 차원에서 그런 점을 인지한 것이 없고, 법률위원회도 수많은 자료를 이첩받고 다룰 수 있지만 공식 회의석상 등에서 그런 문건이 다뤄진 적 없다는 것까지는 사무처에서 보고받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나아가 "김오수 검찰총장이 감찰 등을 진행할 게 있으면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문건 생성자가 검찰 쪽이기 때문에 검찰이 이에 대해 알리는 게 깔끔할 것이다. 우리도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검증을 하겠지만, 우리는 의혹 대상자이기 때문에 우리가 파악한 것이 국민에게 오롯이 신뢰되게 받아들여지기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이유를 댔다.

"검증 공세, 尹에 기회 될 수도"…"젊은층 'MZ 세대' 호명, 실수"

이 대표는 '고발 사주' 사건뿐 아니라 이날 토론회 곳곳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날을 세웠다. 그는 당 개혁을 위해 청년 세대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던 도중 "대선 주자의 행보와 결부돼 민감하기는 하지만, 젊은 세대는 젊은 세대의 언어로 그 세대의 문제를 이야기하기 바라는데 정치권에서는 또 젊은 세대를 'MZ세대'라는 누군가의 조어로 묶어서 얘기하는 것을 보며 이것이 또 정치권에서 실수를 하는 것인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윤 전 총장이 유튜브에 '민지(MZ)야 부탁해'라는 SNS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을 우회 지적한 것이다. 청년들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윤석열 캠프의 이 캠페인은 정의당 청년조직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가 "내가 아는 MZ세대들은 반말 듣는 거 보통 안 좋아한다"고 '저격'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 대표는 또 "올해 들어 큰 선거를 몇 번 겪었는데 (승리의) 방정식이 있다"며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초기 여론조사를 보면 오세훈 후보 지지도가 안철수 후보에 비해 크게 적게 나왔지만 젊은 세대가 오 후보를 시작하기 시작하며 바람이 불었고 상승 국면이 생겼다"고 언급해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앞서 자신이 방송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행보나 캠프 구성에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한 것의 의미를 묻자 이 대표는 "대중성은 지금 시점에서 윤 전 총장의 강점"이라며 "그것을 강점으로 삼는 게 어떠냐, 대중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거 전술을 해보라고 (치맥 회동 당시) 조언했는데 (캠프의) 방향성이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윤 전 총장의 강점으로 뽑은 '대중성'에 대해 그는 "저는 어떤 후보가 저희 당후보로 최종 선택된다 해도 그 후보의 대중성을 키우기 위한 당 기획을 성공시킬 자신이 있다"거나 "경선 과정이 치열해지면 다른 후보도 대중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또 "대선에서 어떤 지점이 주요 전장이 되느냐에 따라 강점이 빛날 수도 덜 빛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 반문 정서를 강하게 의식하는 지지층은 문재인 정부에 강하게 맞선 후보에 각광을 보낼 것이고, 삶의 문제 해결을 원하는 지지층에게는 정확한 대안을 내는 후보가 각광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는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가장 실패한 것은 선거 막판까지도 '이명박 때리기'에만 몰두한 것이다. 2012년 민주당의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했다.

'고발 사주' 사건을 포함해 윤 전 총장이 당 안팎에서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는 질문에는 "당 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윤 전 총장은 검찰공무원으로 있을 때부터 다양한 공격과 네거티브를 방어하는 과정 중에서 성장한 분"이라고 했다. "검증 공세는 도덕성 면에서 자신있는 후보에게는 하나의 기회로 여겨질 부분도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속된 말로 '맷집'이 센 인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후보 같은 경우 자체 대응력이 강할 거라는 기대가 있다"고 부연했다.

'윤 전 총장이 입당하면 비단주머니 3개를 준다고 했지 않느냐'는 물음엔 "우리 후보로 최종 확정된 후보를 돕기 위해선 비단주머니 아니라 뭐라도 제공할 수 있다"면서도 "경선 단계에서는 주려면 (모든 후보에게) 다 돌려야 하는데 그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윤 전 총장과 이 대표와의 갈등이 당 지지율이나 윤 전 총장 대선 지지율에 쌍방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는 "당 지지율은 제가 취임한 이후 견고하다. 전 지도부에 비해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후보 개인 경쟁력은 경선이 시작되면서 (후보 간)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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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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