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달 새 5명 사망한 화물차 기사들, 대체 왜?

화물연대 "상하차 업무는 위험 업무, 안전장비 갖춘 별도 인력 통해 수행해야"

산재사고로 숨진 화물차 기사 고 장창수 씨 유족과 사측인 쌍용C&B가 지난 2일 합의에 도달했다.

장 씨는 지난달 26일 세종시에 있는 쌍용C&B 공장 경사로에서 물품 하차를 위해 화물차에 실린 컨테이너 문을 열던 중 떨어진 300kg 파지더미에 깔렸다.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음날인 27일 숨졌다. 유족은 사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장례를 미루고 충남대병원 장례식장에 임시 빈소를 차렸다.

빈소를 차린 지 8일이 되던 지난 2일에는 21살 장 씨의 딸이 자청해 쌍용C&B 규탄 기자회견 발언에 나서기도 했다. 장 씨의 딸은 이날 "사고 전날도 아버지에게 '사고 조심하시라'는 말을 했다"고 했다.

기자회견 날 저녁, 합의서가 나왔다. 합의서에는 사측이 해야 할 일로 유족에 대한 사과와 보상, 책임인정, 산재처리 적극 협조, 재발방지대책 마련이 담겼다. 재발방지대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운전 외 업무 화물차 기사에게 전가 금지, 하차 작업을 위한 별도 인력 충원 등이다.

장 씨 사망사고와 관련한 상황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화물차 기사가 위험에 노출된 채 상하차 업무를 하고 있다. 지난 아홉 달, 장 씨를 포함해 확인된 것만 5명의 화물차 기사가 상하차 작업 중 사망했다.

이와 관련 화물운수사업법에 화물차 기사의 업무를 운송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 근거해 화물차 기사의 상하차 작업을 금지하는 등 근본적인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지난 2일 쌍용C&B 서울사무소 앞에서 열린 '화물노동자 사망사고 책임회피 쌍용C&B 규탄' 기자회견. ⓒ프레시안(최용락)

상하차 작업 중 깔려죽고 떨어져 죽는 화물차 기사들

지난 아홉 달 상하차 중 화물차 기사가 사망한 사업장은 태안화력발전소, 영흥화력발전소, 광주 현대기아차, 한국보랄석고보드 등 네 곳이다. 화물차 기사들은 이곳에서 깔려죽고 떨어져 죽었다. 이들은 모두 원청업체와 운송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를 통해 일한 특수고용노동자였다.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는 지난해 9월 10일 발생했다. 당일 오전 화물차 기사 A씨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제1부두에서 선박의 짐을 내리는 기계인 하역기의 스크루(screw) 부품을 차에 싣고 고정하는 업무를 하던 중 떨어진 스크루에 하체가 깔려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세 달여 뒤인 11월 28일 영흥화력발전소에서는 추락 사고가 일어났다. 화물차 기사 B씨는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에서 3.5m 높이 화물차 적재함에 올라 석탄회를 싣는 작업을 하던 중 발을 헛디뎌 떨어져 사망했다.

광주 현대기아차에서는 악천후 중 상하차 작업이 화를 불렀다. 차량을 배송하는 화물차인 카 캐리어(car carrior) 기사 C씨는 지난해 12월 30일 밤 목포항에서 카 캐리어 화물칸 2층(높이 3.5m)에 올라 현대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운송된 차량을 내리는 업무를 하던 중 떨어져 숨졌다. 당일 사고 현장에는 눈이 오고 있었다.

세 사업장에서는 유족과 회사 사이에 합의가 됐다. 이 중 영흥화력발전소 합의서에는 화물차 기사 상하차 업무 금지, 안전 인력 충원 등 상대적으로 근본적인 대책이 담기기도 했다.

여전히 유족과 회사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곳도 있다. 지난 3월 19일 화물차 기사가 참변을 당한 한국보랄석고보드다. 사고 당일 화물차 기사 D씨는 경남 진주 한국보랄석고보드 공장에서 하차 작업을 돕다 중심을 잃고 쓰러진 지게차에 실린 석고 보드 다발에 깔려 숨졌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D씨를 덮친 석고 보드는 지게차에 결박돼있지 않았다.

화물연대본부에 따르면, 회사는 사고 발생 직후 도의적 책임을 이야기했으나 지금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상하차 업무는 위험 업무, 안전장비 갖춘 별도 인력 필요"

다섯 명의 죽음은 상하차 업무가 위험한 업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반복되는 상하차 업무 산재 사고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화물연대는 화물차 기사의 상하차 업무 수행을 금지하고, 안전교육을 받은 별도 인력이 안전장비와 안전감시자가 갖춰진 상황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활용할만한 법적 근거도 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화물차 기사의 업무가 '화물차를 이용해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일'로 적혀 있다. 화물차를 이용한 운송 이전과 이후의 상하차 업무는 화물차 기사의 고유 업무가 아니라는 뜻이다. 단, 이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안전운임 고시'에 근거해 '컨테이너 문을 개방해 내부를 검사하고 청소하는 업무는 화물차 기사에게 시킬 수 없는 업무고 이유는 안전사고 예방'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일도 있었다. 컨테이너 문 개방은 장 씨 사망의 원인이 된 업무다.

현장 상황은 법 규정이나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과는 거리가 멀다. 정종배 화물연대본부 교육선전부장은 "안전장비도 주지 않고 화물차 기사에게 본래 업무가 아닌 상하차 업무를 시키는 회사가 많다"며 "사망사고가 아니어도 이로 인한 크고 작은 산재사고가 잇따르고 있고 화물연대가 지난해 8건의 산재 신청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정 부장은 "근본적으로는 화물차 기사에게 상하차 업무를 전가하는 일을 금지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안타까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화물자동차법과 안전운임 고시에 근거해 ‘상하차 등 운송 외 위험업무 화물차 기사에게 전가 금지’를 위한 실효적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화물연대는 전국적인 선전전을 벌이고 있고 오는 18일에는 하루 경고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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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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