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동자 "밴드 활동 이유 괴롭힘...성희롱 피해자 돕다 징계"

쿠팡대책위 "쿠팡이 일터 현실 바꾸려 노력한 노동자 오히려 괴롭히고 있다"

쿠팡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직장내 괴롭힘, 성희롱 피해를 당했지만, 사측이 제대로 된 사건 조사와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공운수노조와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22일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쿠팡 노동자, 성희롱 피해자를 돕다 사측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쿠팡 하청 노동자 사례를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쿠팡에서 일한 피해 당사자 두 명이 직접 참석해 자신들이 겪은 일을 증언했다.

권리찾기 밴드 가입해 활동했다 괴롭힘 당한 쿠팡 노동자

쿠팡 인천4센터에서 일하는 백정엽 씨는 쿠팡 권리찾기 노동자 밴드 '쿠키런'에 가입해 미지급 수당을 문의했다는 이유로 관리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백 씨는 "쿠키런에서 활동을 시작하자 반장이 쿠키런에 작성한 글을 언급하며 '쿠키런 조끼 언제 입을 거냐'고 조롱하는 말을 하고 업무 지적을 했다"며 "저는 '쿠키런 활동을 업무와 관련짓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지만 폭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백 씨는 "그날 이후 저와 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쿠키런에 관리자와 있었던 일을 적으며 '사측이 쿠키런을 모니터링하는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며 "그 다음날 반장은 출근하자마자 찾아와 '왜 그런 글을 썼냐'고 다시 폭언을 했다"고 밝혔다.

백 씨에 따르면, 해당 사건 이후 반장은 기존 업무와 무관하던 자리에 자신을 배치했다. 한겨울 새벽에 반장이 방한화도 주지 않고 밖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하는 일도 있었다. 업무 지적과 함께 사실관계확인서를 쓰게 하기도 했다.

사실관계확인서는 지시사항 불이행 등이 발생할 경우 쿠팡 관리자가 노동자에게 작성을 지시할 수 있는 일종의 반성문이다. 백 씨는 "물류센터 총관리자가 평소에 '사실관계확인서가 쌓이면 재계약이나 업무 재투입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백 씨는 "이 같은 사실을 쿠팡 윤리위원회에 신고했지만 윤리위로부터 '직장내 괴롭힘이 없었다'는 결과만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22일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 내 괴롭힘 및 성희롱 문제 규탄 기자회견'에서 피해당사자가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성희롱 피해 동료 돕다 징계 받은 쿠팡 하청 노동자

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조창식 씨는 현장 소장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당한 쿠팡 하청업체 소속 미화노동자 A씨를 돕다 사측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A씨는 지난 1월 '현장 소장이 지속적으로 언어 성희롱을 한다'며 자신이 일하는 회사 홈페이지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2월 말경 노동부에도 진정했다. 신고 이후 피해자는 사측으로부터 '지금 사직하면 아무 탈 없지만 해고되면 노동부가 관리하는 블랙리스트가 있어 타 회사 취업도 어렵다'는 내용의 협박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4월경 이 사건 조사를 진행했지만 '가해 사실을 모른다'고 답한 사원들의 설문 결과를 토대로 성희롱은 없었다는 결론을 냈다.

A씨는 현재 무급휴가를 신청한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사측은 A씨가 무단으로 결근하고 있다며 인사위원회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A씨의 피해사실을 진술하고 온라인에 A씨를 지지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던 조 씨는 "남성 상급자가 여성 노동자에게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주는 말을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여러 번 해 피해자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저는 성희롱 피해자를 도와준 것이 죄가 되어 어제 회사로부터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 씨는 "제대로 된 조사와 확인을 거쳐 가해자에 대한 징계 처분이 이뤄져야 한다"며 "부정한 행위에 맞서 끝까지 싸워 진실이 얼마나 무서운지 가해자들이 느끼고 징벌 받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정부, 쿠팡 노동자 권리침해 제대로 관리감독해"

김태인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쿠팡은 자신들이 상시직의 채용을 늘리며 좋은 근로환경을 만든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노동 조건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를 괴롭히고, 성희롱 사실을 알리면 징계하는 것"이었다며 "쿠팡은 이같은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진정으로 노동조건과 노동자 인권 개선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부위원장은 또 "정부도 쿠팡 노동자의 권리 침해를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한다"며 "공공운수노조와 쿠팡대책위는 쿠팡에 맞서기로 한 노동자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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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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