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과 언론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미얀마에서, 군사쿠데타를 주도한 군사 반란세력이 한국 내 미얀마 민주화 운동가들을 지명수배했다. 지난 2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만나 미얀마 상황에 대해 설명한 게 허위사실을 유포한 행위였다는 것이다.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미민넷)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미얀마 군사 반란세력이 지난 23일 국영신문을 통해 미민넷 공동대표인 얀나잉툰 민족민주연맹(NLD) 한국 지부장과 소모뚜 주한 미얀마 노동복지센터 운영위원장을 군 명예훼손 혐의로 지명 수배했다"고 밝혔다. 이들과 함께 간담회에 참여한 미얀마 유학생 대표로 수배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민넷에 따르면 미얀마 현지 언론은 이들의 한국 내 직함과 나이, 주소, 가족 관계 등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며 이들의 혐의에 대해 "미얀마 상황을 국제사회가 오해할 수 있도록 왜곡해서 이야기했고 군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소모뚜·얀나잉툰 공동대표는 지난 2일 정범래 공동대표, 미얀마 유학생 대표 등 4명과 함께 경기도청에서 이 지사와 간담회를 가졌다. 국내 미얀마 출신 등록 이주민의 절반가량이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만큼, 미얀마 민주화운동 상황을 공유하고 지역사회에서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소모뚜 공동대표는 "앞으로 미얀마 국민이 군부정권을 끝내고 민주주의를 되찾을 수 있도록 경기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연대와 지지를 호소했다.
이 지사 또한 "미얀마는 40여년 전 5월의 광주"라며 "국민들 스스로 만든 정부를 무력에 의해 전복하고 군사정권 지배체제로 만드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인류 문명에 대한 도전"이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 역사가 광주 민주화운동을 거쳐 탄압과 은폐가 있었고 그 후 민중들의 투쟁으로 제대로 된 민주 시스템을 갖췄는데, 미얀마도 어려움을 이겨내고 민중들의 의지에 따라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경기도에서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들이 있는지 찾아보고 지방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 미얀마가 신속하게 민주 체제로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날 특히, 소모뚜·얀나잉툰 공동대표 등 참석자들과 함께 미얀마 민중의 저항을 상징하는 '손가락 3개 경례(Three-finger salute)'를 함께 했다.
정범래 미민넷 공동대표는 <프레시안>과의 전화에서 "미얀마 군사 반란세력이 미얀마 내 민주화 운동가들을 수배한 적은 많지만, 해외의 민주화 운동가들을 수배한 건 한국에서 활동하는 소모뚜·얀나잉툰 두 대표"라며 "그만큼 미민넷의 활동이 미얀마 군사 반란세력에게 위협이 되는 거라 생각한다. 영광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주에도 국회에 방문해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과 만나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심각성을 알리고 연대와 지지를 호소했다"며 "미얀마 군부가 이건 아직 모르는 것 같다. 알게 되면 또 수배를 내릴 것 같다"고 전했다.
소모뚜·얀나잉툰 두 공동대표는 지난달 초 미얀마 군사쿠데타 이후 국내에서 미민넷을 결성해 군부 규탄 시위 및 성명을 발표하는 등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두 공동대표는 지난달 미얀마 내 공무원들의 시민불복종운동(CDM)을 지원하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여 2억5000만 원을 송금했다가 군부에 의해 수배를 당한 상태다.
한편 미민넷은 한국생활을 수십년 한 두 공동대표의 가족 등 신상이 낱낱이 공개된 데 미얀마 군부가 한국 내에서 사찰을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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