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2월 15일 발표한 '제4차 저출산 대책'에는 파격적인 다양한 방안이 포함되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임신이나 출산 시 진료비를 기존 6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상향.
• '육아수당'외에 '영아수당'을 새로 도입해서 만 0세에서 1세 아이에게 매달 30만 원을 지급하고, 2025년부터는 이를 월 50만원으로 상향.
• 출산하면 축하금 200만 원을 주고, 기존 임신부에게 지급되던 국민행복 카드의 사용 한도도 60만 원에서 백만 원으로 상향 조정.
• 엄마와 아빠 모두 석 달씩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첫 달에는 각각 200만 원, 두 번째 달에는 250만 원, 세 번째 달에는 300만 원씩, 부부 합산 최대 1500만 원을 지급.
• 4개월에서 1년까지 육아휴직을 하는 부모에게 각각 150만 원씩 지급.
• 국공립어린이집을 매년 550개씩 신설하여 2025년에는 공보육 이용률을 50%로 상향.
• 저소득 다자녀 가구의 셋째 이상 자녀에게는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
이쯤 되면 가히 '현금 살포'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을 바라보면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왜 이렇게까지 노력하는지 이해가 가능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초저출산 현상'이 지속하면서 2019년 출산율이 0.92명으로 하락하고, 출생아 수도 30만3000명으로 감소했다. 최소 2.1명은 되어야 인구가 유지된다는데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금살포가 출산율을 개선하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이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15년에 걸쳐 이를 시행해 왔다. 예컨대, 2008년부터 임신·출산 관련 비용을 지원해 왔고, 2017년부터는 난임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였으며, 2018년 아동수당을 도입하고 지급 대상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또한 2006년 출산휴가급여 지원기간을 30일에서 90일로 늘리고, 2019년에는 1년에 10일을 쓸 수 있는 '자녀돌봄휴가' 제도도 신설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이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견인하는데 크게 기여하지 못함을 이미 지난 경험으로 터득한 바 있다.
그렇다면 복지 및 출산 지원책의 확대도 좋지만 보다 근원적인 문제해결 의식을 가져야 한다. 한편 조금 진부하고 식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한국 사회에서 출산율을 저하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바로 '지나친 경쟁'에 있다. 즉, 이 사회의 경쟁을 낮출 수 없다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백약이 아무런 효력을 발휘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회의감이 든다.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으나, 사람 역시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는 '진화에 성공한 동물'일 뿐이다. 이 땅의 모든 생명체는 먹이가 풍부하고 생활환경이나 여건이 생존에 유리하면 기하급수적으로 개체 수가 증가하는 반면, 그 반대로 환경이 열악해서 후손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울 때 그 수가 감소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옛날 우리의 조상들은 아이들을 낳으면서 우스갯소리로 '일단 낳아놓으면 모두 제 밥그릇은 따로 있다'는 말씀들을 하곤 했지만, 오늘날의 문제는 태어났다고 해서 어딘가에 자기 밥그릇이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으며, 치열한 경쟁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자기 밥그릇을 쟁취해야만 하는 환경으로 변질되었다는데 있다. 따라서 낳아놓고 향후 제 밥그릇을 챙길 수 있도록, 즉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승리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끊임없이 보살펴야만 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따라서 아이들이 많으면 그 많은 아이들을 모두 충분히 보살펴 줄 수 없기에 젊은 세대는 당연히 출산을 주저하게 된다. 어디 출산뿐이랴? 아이들은 고사하고 본인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도 다른 이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각박한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만일 출산율을 제고하고자 한다면 과도한 경쟁을 야기하는 복합적인 요인들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려는 실효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아름다운 대한민국의 건설>(박병일 지음, 서울경제경영 펴냄)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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