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신임대표 김종철의 '실사구시 취임사'

金 취임 일성은 "노동·평화"…떠나는 심상정 "노회찬·심상정을 넘어서라"

신임 대표단 선거를 마친 정의당이 지도부 이·취임식을 열고 '김종철 체제'의 첫발을 내디뎠다. 김종철 신임 정의당 대표는 취임식 일성으로 '노동'과 '평화'에 대해 구체적 제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취임식에서 중대기업처벌법 제정과 평화군축 추진이라는 의제를 제안했다. 통상 취임사에 담기는 정치적 노선·방향이나 전략적 구상 등에 대한 연설은 없었다. 그는 짧은 인사말을 한 후 "세 가지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는데, 그 '세 가지'는 모두 매우 구체적인 것들이었다.

김 대표는 먼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보낸 축하 인사에 화답하며 "민주당과 정의당이 국민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할 때 국민들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이제 그런 선의의 경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고는 이어서 바로 "정의당이 제출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함께해 달라"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하루에 6~7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해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틀 전에도 대한통운 노동자가 과로에 치여 소중한 삶을 마감했다"며 "민주당도 정의당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같은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아는데, 하루빨리 과로·산재로 죽어가는 노동자들을 구하기 위한 법률이 마련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이 이런 의지를 표명한 것을 환영하고, 더불어 김 위원장께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한다"며 "평화군축"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남북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병사 수로만 보면 세계 4~6위"라며 "이런 대치 현실은 남북 청년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현실이다. 우리 청년들도 20개월에 가까운 시간을 군대에서 보내야 하며, 북한 역시 10년에 이르는 복무 기간으로 청년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함께 평화군축을 향해 나아간다면 남북의 청년 모두에게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줄 수 있다"면서 "김 위원장이 염원에 화답해 주기 바라며, 문재인 정부도 적극적 평화군축 노력을 해 달라"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당원 여러분들께 드리는 말씀"이라고 취임사를 이어갔으나, 그 세 번째 메시지도 감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해 정의당을 국민 앞에 우뚝 세우겠다. 그러나 당원 여러분께서도 해줄 일이 있다"면서 "내일부터 각 지역위원회, 부문위원회 모임에 참석해 달라. 그리고 거기서 2022년 지방선거 후보 출마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통령 선거는 중앙에서 저 신임 대표 김종철이 책임을 지고 여러분의 열의를 모아 승리로 만들어내겠다"며 "하지만 각 지역에서의 승리는 당원 여러분께서 열의를 모아 주시지 않으면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배경을 설명하고는 "후보로 출마하실 분은 후보로서의 결의를 밝혀 주시고, 함께 뛰어주실 분들은 우리 지역에서 당선자를 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함께 논의해 달라"고 했다.

김 대표는 통상의 취임사를 대신한 '3가지 말씀'을 하기 전에는 심상정 전 대표와, 자신이 그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고(故) 노회찬 전 대표를 호명하며 짧은 인사말을 했다. 그는 "아직 생소한 신임 당 대표인 제가 거인 심상정의 뒤를 이어서 노회찬·심상정을 뛰어넘는 정치를 할 수 있을지 많은 걱정이 있으실 것"이라면서도 "꼭 노회찬·심상정에 버금가는, 그를 뛰어넘는 6기 대표단이 되겠다"고 했다. 김 대표와 신임 지도부는 이취임식에 앞서 이날 마석 모란공원에서 전태일 열사와 노 전 대표 묘소를 참배하기도 했다.

이임하는 심상정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신임 지도부에게 "노회찬과 심상정을 넘어 달라"고 당부했다. 심 대표는 "노회찬 대표도 아마 저와 생각이 같으실 것"이라며 "그것이 이기는 정의당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김 대표의 당선은 운명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진보정치의 역사가 키워온 인물", "준비된 당 대표"라고 김 신임 대표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는 김 대표의 이력에 대해 "2002년 동작구청장 출마를 시작으로 해서 18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장 2번, 국회의원 5번, 공직선거에 7번 출마해서 다 떨어졌다. 이제 7전 8기 중에 8번째 일어서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며 "당직은 지역위원장부터 대변인, 비서실장, 최고위원, 부대표까지 모든 당직을 섭렵하고 할 수 있는 것이 대표밖에 없었다"고 했다.

심 대표는 또한 "(김 대표는) 2004년 진보정치 1세대가 국회에 진출하고, 2020년에 3세대가 국회에 입성할 때까지 온갖 궂은 일을 도맡으면서 진보정당의 중심을 지켜온 2세대의 일원"이라며 "김 대표가 1970년생이신데, 원내 주요 정당 중 최초로 70년생이 대표가 된다. 정의당의 세대교체를 넘어 낡은 정치권 세대교체를 선도해 달라"고 했다. 심 대표는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세상의 변화를 주도할 수는 없다"며 "지난 20년 진보정당의 역사를 극복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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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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