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개천절 DT집회, 감염 위험성 없다면 막을 필요 없다"

"대면으로 밀착해서 모이는 건 안 돼"…진중권도 "동의"

오는 개천절과 한글날에 예고된 보수단체 집회와 관련,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 등 보수세력 일각에서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 방식으로 집회를 하자'는 주장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여론은 진보층을 중심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반응이 많고, 여권에서도 "비이성적 발상"(더불어민주당 김종민·노웅래 최고위원)이라는 공세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당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대표적 진보 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은 '방역상 위험이 없다면 막을 이유가 없다'고 소신 발언을 내놨다.

이 지사는 23일 저녁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집회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감염을 최소화하거나 위험성이 없는 방법이라면 집회·표현의 자유를 막을 필요는 없다"면서 "그게 현행법 어디에 저촉되는지 모르겠는데 그건 경찰 소관이고, 방역 당국인 제 입장에서는 방역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정치적 표현이라면 허용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대면으로 아주 밀착해서, 대대적으로 모이는 것은 8.15 집회가 집단감염 폭증의 주된 원인인 게 확실한데 10월 3일에 또 모인다고 하는 것은 정말 이웃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라면서도 "예를 들면 '교통 상황이 나빠질 거다' 이런 것은 감수해야 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여당 지도부에서는 "수도 서울을 '코로나 교통대란'으로 마비시키겠다는 비이성적 발상"(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이라며 코로나 방역 위험성이 아니라 '집회하면 차 막힌다'는 기존 보수진영 논리를 근거로 한 집회 반대 발언이 나오기도 했었다.

이 지사는 또 "소위 과거에 차량시위라고 하는 게 있었지 않았느냐"며 "이웃에 감염시킬 염려가 없는 거라면, 차 1대에 빼곡하게 꽉꽉 채워 타고 다니는 이런 게 아니라면…(막을 이유가 없다)"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 지사의 말대로, 과거 택시노조 등이 도심에서 차량에 특정 주장을 담은 표현물을 부착하고 경적 시위 등을 계획한 사례가 있다. 1997년 10월 김영삼 정부 당시 택시완전월급제 시행을 주장한 택시노조의 경적 시위는 결국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지만, 당시 경찰도 이를 원천금지하지는 못하고 '고의로 서행하거나 경음기를 울릴 경우 도로교통법에 따라 2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겠다', '차량 외부에 불법 스티커·대자보를 부착하면 옥외광고물관리법을 적용하겠다' 등 엄포를 놓는 수준이었다.

지난 7월에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석방을 요구하는 단체가 차량에 깃발을 부착하고 경적을 울리는 등 차량 시위를 하기도 했고, 5월에는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집 앞까지 차량행진 및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하기도 했었다. 당시 5월단체들은 전 전 대통령이 무릎을 꿇은 모습을 표현한 대형 조형물을 화물트럭에 싣고 전씨 집 근처를 돌아 화제가 된 바 있다.

진중권 전 교수도 이 지사의 인터뷰 기사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동의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바이러스를 막아야지, 집회 자체를 막을 필요는 없다"며 "대체 뭘 위한 집회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하겠다면 막을 수는 없다. 그 사람들의 권리이니까"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이른바 '태극기 집회'로 불리는 강경보수단체 집회는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는 언론에 보도되는 일 자체가 거의 없었다. 제1야당인 당시 미래통합당 지도부·의원들이 해당 집회에 동참했다는 게 야당발(發) 정치 기사에 등장하는 정도였다. 광복절 전후로 이들 집회가 보도되기 시작한 것은 집회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 방역 위험성 때문이었다. 진 전 교수가 "뭘 위한 집회인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쓴 대목은, 방역 위험성 여부가 아닌 집회 그 자체의 내용에 대해서는 '무관심'을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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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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