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있는 전 국민에 보험료 징수하고 사회보험 혜택 주자"

[토론회] 전 국민고용보험제, 소득 중심 전국민 사회보험 논의 확장 필요

고용보험 사각지대는 고용보험만의 사각지대가 아니다. 산재보험, 국민연금 등 다른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와 겹칠 가능성이 높다.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이는 노후빈곤이나 일하다 다쳤을 때 소득을 상실할 위험에 처할 확률도 높다. 사회보험이 비슷비슷한 '자격 요건'에 따라 가입을 받거나 보험요율을 책정하고 있어 생기는 문제다.

이를 해결하려면 현재 진행 중인 전국민 고용보험 논의를 '소득 중심 전국민 사회보험' 논의로 확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노동자, 예술인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이에게 사회보험을 적용하는 방식을 자격 요건이 아닌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징수하고 이에 맞춰 사회보험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취업자의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를 일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2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정의당이 주최한 '전국민고용보험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이 주장했다.

최 위원은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전국민 고용보험이라는 말을 썼고 그 때문에 사회안전망 정비와 관련된 논의가 고용보험 중심으로만 진행되는 면이 있다"며 "단시간 노동자, 특수고용(특고)노동자, 프리랜서 등은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등에서도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보험 적용 논의가 진행 중인 특수고용노동자를 예로 들면, 220만 명으로 추정되는 특고노동자 중 산재보험 가입자는 2019년 기준 7만 명이다. 또 특고노동자는 법적으로 사업자이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서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같은 소득의 직장가입자에 비해 많은 보험료를 낸다. 급여에서 보험료를 원천징수하는 직장가입자에 비해 사회보험 체납률도 높다.

사회보험이 가입가능자와 가입불가능자,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등 가입자의 자격을 따지며 생기는 대표적인 사각지대 혹은 형평 문제다.

최 위원은 "고용보험뿐 아니라 1차 사회안전망이라고 하는 사회보험 곳곳에 사각지대가 있다"며 "지금은 정부와 국회가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어떻게 하면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이를 법안에 담아야 할 때"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 위원은 '소득 중심 전국민 사회보험' 도입을 제안했다. 국세청 홈택스를 기반으로 '실시간 소득·매출정보 파악시스템'을 구축한 뒤 이에 따라 소득이 있는 모든 국민에게 보험료를 징수하고 사회보험 혜택을 주자는 생각이다.

최 위원은 "자격 중심 사회보험 체계의 사각지대는 플랫폼 노동 같은 새로운 노동이 출현할 때마다 커질 것"이라며 "소득이 있는 곳에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원리에 따라 사회보험 체계를 재편하면 특고, 프리랜서, 플랫폼, 소상공인 등 모두에게 사회보험을 적용할 수 있고 노동시장의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은 또 "소득 중심 사회보험에 필요한 '실시간 소득·매출정보 파악시스템'을 구축하면 공공부조 등 다른 사회안전망에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며 "사회보험료 징수를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면 각 공단은 급여나 서비스 등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전했다. 소득 중심 전국민사회보험 도입이 전반적인 사회안전망 효율 향상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 23일 프란치스코 정동회관에서 정의당이 주최한 전국민고용보험법 토론회. ⓒ프레시안(최용락)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정의당은 현재 준비 중인 '전국민 고용·소득보험제' 법안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정의당안의 주요 내용은 △ 임금이 아닌 소득 기준에 기반해 고용보험 적용대상을 특고노동자,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모든 취업자로 확대 △ 수급요건 완화 및 소득보장 기능 강화 등이다.

정의당안의 발제를 맡은 권영국 정의당 노동본부장은 "오늘 이 자리가 모든 사람이 사회보장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입법을 위한 논의가 실질적으로 출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히며 고용보험제도 개선을 위해 당사자와 정당이 참여하는 추진기구 구성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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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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