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참위 "가습기살균제법 시행령, '피해 신속구제' 어렵다" 비판

피해인정 확대기준 마련, 특별유족조위금 상향, 장해급여 병급 등 핵심요구 사항 미반영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시행령 일부개정안은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오는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사참위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시행령에 따르면 피해인정 신청자들의 피해판정까지 몇 년이 소요될지 모른다"며 '피해자 신속 구제'라는 법 취지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참위는 앞서 특별법상 '노출 이후 발생한 질환 중 전적으로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으로 입증되지 않는 질환'을 요건심사 대상 질환으로 선정해 신속히 판정하고, 요건심사를 충족하지 못하는 질환은 개별심사로 판정할 것을 수차례 촉구했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 일부개정안은 원칙적으로 개별심사로 진행하되, 건강보험청구 자료 활용하여 확인 가능한 건강피해는 신속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개별심사는 정부가 가습기살균제와의 연관성을 인정한 질환 외의 질환에 대해 이뤄지는 심사다. 조사위원회가 해당 질환과 가습기살균제와의 연관성을 심사해 구제여부를 결정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 피해에 정부 지원을 받는 구제급여에 선정되거나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의 자금을 일부 포함해 피해보상을 받는 구제계정에 등록된다. 반면 신속심사의 경우 별도의 조사과정 없이 구제급여 또는 구제계정에 등록된다.

ⓒ프레시안(최형락)

사참위는 "건강보험청구 자료로 확인 가능한 건강피해를 신속심사로 진행하겠다는 것은 종전의 법률에 의한 구제급여 및 구제계정 대상자를 신속심사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8월 14일 기준 전체 피해인정 신청자 6837명 중 구제급여 930명(중복 제외), 구제계정 2239명(중복제외) 등 총 3169명에 대해 신속심사하고, 나머지 3668명에 대해서는 개별심사를 진행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3668명에 대한 개별심사의 기준과 일정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며 "특별법 개정 전 피해인정 신청에서 결정까지 폐질환의 경우 평균적으로 1차 283일, 2차 273일, 3차 467일, 4차 526일이 소요된 전례를 감안한다면, 피해자들은 언제 자신들이 구제될지 예측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막연히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참위는 또 "2017년 특별법 및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상당한 개연성'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특별법의 내용을 시행령에서 '상당한 인과관계'로 변질·축소하는 전철을 되풀이할 우려가 있다"며 "기업의 손해배상절차와 별도로 피해 지원을 할 수 있는 만큼 완화된 기준을 피해자들에게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사참위는 피해인정 확대기준 마련 외에도 △특별유족조위금 상향 △장해급여 병급 등의 피해자들의 핵심요구 사항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별유족조위금은 사망자 유족에게 지급하며 장해급여는 피해 생존자에게 지급한다.

특별유족조위금의 경우 대법원이 지난 2018년 원인자 미상·무자력 피해자에게 3억 원을 지급하도록 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이같은 판단이 반영되지 않아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장해급여의 경우에도 환경부가 요양생활수당과 병행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사실상 특별법이 신설한 장해급여의 취지가 유명무실화됐다는 게 사참위의 주장이다.

사참위는 "핵심 내용이 빠진 시행령으로서는 신속하고 공정한 피해 구제라는 특별법의 입법 목적과 개정 취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없다"며 "환경부가 별도의 피해자 의견 수렴 없이 지난 7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8월에는 공청회가 무산되는 등 피해자와의 소통 없이 시행령 개정 절차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사참위는 "환경부는 피해 구제의 주관부처로서 책임을 엄중하게 통감하고 시행령의 재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시행령 개정의 전 과정과 향후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위법·부당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사참위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발표 후 피해자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이라며 "이번 시행령은 2011년부터 거의 10년 가까이 피해 구제를 기다려 온 피해자들의 입장을 반영했다기엔 많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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