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들이 택배사에 '실효성 있는 과로사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분류작업을 전면거부하기로 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17일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4000여 명의 택배 노동자는 오는 21일부터 공짜노동, 분류작업을 전면 거부한다"며 "분류작업 전면 거부는 죽지 않고 살기 위한 택배노동자의 마지막 호소"라고 전했다.
분류작업은 지역별 물류센터로 배송된 택배 물품을 세부 지역별로 구분해 택배차량에 싣는 작업을 말한다. 택배노동자 노동 시간의 절반가량은 분류작업에 쓰이지만 배달작업과 달리 별도 수수료는 책정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택배노동자들은 분류작업을 '공짜 노동'이라고 부른다.
대책위는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전국 4399명의 택배노동자를 대상으로 '택배사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분류작업을 전면 거부하는 것'을 두고 투표를 진행했다. 전체 투표자의 95.47%인 4200명이 거부에 찬성했다.
대책위는 "택배 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과로사를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며 "택배사는 분류작업 인력투입 등 실질적인 방안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 평균 71시간 일하고 올해만 최소 7명 과로사
코로나19 이후 택배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올라갔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가 산재 과로사다.
2012년까지 지난 8년간 택배업 산재 사망자는 18명으로 한해 2.25명꼴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6월까지 7명의 택배노동자가 산재 과로사 인정을 받았다. 택배노동자 5만 여명 중 산재보험에 가입한 이는 7000여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과로사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택배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은 양적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0일 대책위가 택배노동자 800여 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를 보면 택배노동자의 주 평균 노동시간은 71.3시간이었다. 산재보험법 과로사 인정 기준인 '직전 3개월 주 60시간 이상 노동' 혹은 '직전 1개월 주 64시간 이상 노동'을 넘는 수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택배노동자들은 택배사에 분류작업 추가 인력 투입 등 실효성 있는 과로사 방지 대책을 요구해왔다.
국토부와 대통령도 과로사 대책 주문했지만 택배사는 아직…
택배노동자들의 요구는 추석을 앞두고 물량 폭증이 예상되는 가운데 높은 사회적인 관심을 받았다.
국토교통부도 지난 10일 △ 분류작업 인력 한시적 충원 △ 휴게시설 확충 △ 지연배송 사유로 택배기사에게 불이익 금지 등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권고안을 냈다.
지난 14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비대면 경제활동으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추석까지 겹쳐 업무량이 폭증하게 될 택배노동자의 과로와 안전 문제에 각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관련 부처가 근로 감독을 강화하고, 현장 점검을 통해 임시 인력을 늘려나가는 등 더욱 안전한 근로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책위는 "택배사는 지금이라도 분류작업 인력 투입 등을 결단해 택배노동자 과로사를 방지하자는 전 사회적인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며 "대책위는 택배사가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한다면 언제든 분류작업 전면거부 방침을 철회하고 대화할 수 있음을 밝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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