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장마 때의 홍수피해는 전적으로 기후변화 때문이었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이례적인 강수량을 몰고 온 장마의 원인은 기후변화가 맞지만, 강 본류와 지류의 합류지점, 지방하천 등 상습 침수 지역의 하천 시설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피해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작용했다.
2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2020년 장마 홍수피해의 원인과 바람직한 치수정책' 토론회에서 박창근 대한하천학회 회장은 지난 장마 홍수피해 지역의 피해 원인을 분석하며 "4대강 사업은 물론 제방, 하천 교량, 배수관 등 하천 시설물 정비 미흡이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낙동강 유역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합천창녕보가 홍수 위험을 높였다. 합천창녕보가 낙동강 물길을 막아 보 250여미터 지점 상류 제방의 '파이핑 현상(제방, 보 등 하천 구조물의 모래 지반에 물길이 뚫리는 현상)'을 가속화했고 이로 인해 제방이 붕괴됐다는 것이다.
인근 건태마을에서는 빗물 배수관에 역류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건태마을 주민들은 피해가 발생하기 전 합청군청에 역류방지시설 설치 민원을 넣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섬진강 유역에서는 남원시 금지면 상귀리 인근에서 제방이 붕괴됐다. 박 회장은 부실 관리를 붕괴 원인으로 봤다.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문척교는 제방보다 낮게 설치됐지만 보강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도로를 타고 흘러들어간 물이 마을에 침수피해를 일으켰다.
박 회장은 섬진강댐의 홍수조절용량이 다른 댐에 비해 부족하게 설계된 것도 섬진강 유역 홍수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봤다. 다른 큰 댐의 설계빈도가 200년인 반면 섬진강댐의 설계빈도는 100년이라는 것이다. 설계빈도 100년은 지난 100년간 가장 많은 비가 온 날의 강수량을 문제 없이 흘려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금강 본류와 지류인 봉황천 및 조정천 합류지점에서는 제방의 높이가 부족해 물이 범람했다. 영산강 유역 전남 나주에서도 보에 의한 수위 상승으로 제방이 무너졌다.
박 회장은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먼저 2018년 환경부로 물관리가 일원화됐음에도 국토교통부에 남아 있는 하천 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해 비효율적인 치수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 회장은 기후변화로 홍수 피해가 잦아질 것에 대비해 댐의 홍수조절용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밖에도 △ 강 본류와 지류의 합류지점, 지방하천 등에 대한 시설물 정비 및 홍수대책 마련 △ 배수시설에 역류방지시설 설치 △ 비도심구간 홍수예보시스템 구축 등을 홍수 대책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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