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노조를 조직적으로 와해한 혐의를 받은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전 의장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다른 삼성 임직원 일부도 1심에 비해 형이 감형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 3부(재판장 배준현)는 10일 노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증거 부족 등으로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와해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지목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과 박성범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는 1심 선고에서 2개월 감형된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았다.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는 1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의장 등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그린화 작업'으로 불리는 노조 와해 전략을 수립해 시행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 전 의장 등이 노조원의 민감한 정보를 수집해 표적 감사, 노조 탈퇴 등에 활용하고 노조 활동이 활발한 협력업체의 폐업을 유도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지연하는 등의 방식으로 노조 운영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봤다. 이 과정에서 노조 파괴 전문 노무컨설팅 업체, 정보경찰, 노조 탄압에 반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염호석 씨의 부친 등을 동원한 혐의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가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범행'이었다고 판단하며 이 전 의장과 강 부사장, 박 전 대표이사에게 각각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밖에 피고인 32명 중 26명에게도 유죄가 선고됐다.
지난 6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의장과 강 부사장, 목 전무에게 징역 4년, 박 전 대표이사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삼성이라는 우리나라 대표 기업에서 벌어진 것으로 국내 기업 문화와 집단적 노사관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 전 의장 측은 이에 대해 1심 재판부가 각 피고인의 범행 인식 수준을 따지지 않고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공모관계를 인정했다며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유죄로 보더라도 계획적 범행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 선처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전 의장은 최후진술에서 "노사 문제를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삼성에서 노사 문제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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