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 1년을 맞아 청와대와 여당은 일본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수출 규제 문제를 넘어, 일본이 최근 한국의 G7 정상회의 참여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나 우리나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도전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한 비판적 언급도 나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후보가 WTO 사무총장이 되는 것에 대해서 일본이 달가워하지 않을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일본은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할 것인데, 그에 대비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도 총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일본은 한국이 무역갈등 당사국이어서 WTO 사무총장을 맡는 게 부적절하다고 하고 있다'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하면서 "징용공 문제에서 비롯된 일본의 수출규제와, 궁극적으로 한일관계가 과거의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변화하고 있는 속에서 아시아의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그 배경에 깔려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도전이 "우리의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중국·유럽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 가운데 가장 중립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나라 후보가 사무총장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저희들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 실장은 또 일본이 한국의 G7 정상회의 참석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G7 회원국가에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유일한데, 우리가 1회성 초청 국가가 아니라 정규 멤버가 돼서 G7이 확대된다면 아시아 지역에서 갖는 일본의 지위가 상당히 위협받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역시 일본의 입장에서는 달가워하지 않을 사항"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9일 일본 정부가 'G7 틀 자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실상 한국 참여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일본의 몰염치 수준이 전 세계 최상위권"이라며 "이웃나라에 해를 끼치는 데 익숙한 일본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는 일관된 태도에 더 놀랄 것도 없다"고 강도 높은 비난을 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1년을 맞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그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아마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면서도 예를 들어 '한국 반도체 공장을 멈추게 하겠다'는 생각까지 갖고 있는 것은 아닌 걸로 짐작하고 있고, 다만 '이런 자극을 주면 한국 정부가 뭔가 타협책을 들고 나오지 않을까'라고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은 확실히 아베 정부를 당혹하게 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한국이 WTO에 일본을 제소하는 등 강경책을 포함한 '원칙 있는' 대응을 이어가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중 간 패권 경쟁, 자유무역 후퇴,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이 흔들리는 등의 상황 속에서, 이 사건을 그냥 얼버무리기보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바꾸는 계기로 만들어 보자는 강한 의견을 가지고 특히 대통령께서 그렇게 대처를 해왔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일본이 우리의 약한 고리를 공격했기 때문에, 이 기회에 우리의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공급망을 안정화시키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범정부 차원, 우리 사회 전체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조만간 우리 정부가 준비한 어떤 전략과 계획을 국민들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추가 대응책을 예고했다.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관련된 명령이 압류명령과 매각명령 두 가지가 있는데, 각각 여러 법적 절차를 거쳐야 되기 때문에 한두달 내에 어떤 급박한 상황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 실장은 "상당한 시간을 갖고 결국 외교적으로 풀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풀기 위해서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 쪽에서 공공연하게 '두 자리 숫자의 카드를 갖고 있다'는 식으로 흘리고 있는데, 저희들이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전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는 것이고, 불행한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특히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당에서도 수출 규제, WTO 사무총장 선거, G7 정상회의 등을 소재로 일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앞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극일(克日)의 자세로 단호하게 입장을 가지고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일본이 최근 (미국이) G7 국가(회담)에 우리를 초청한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을 처음에는 비공식적으로 발표하다가 이제는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WTO 사무총장 선출에 대해서도 '이웃 국가인 한국이 후보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참으로 옹졸하기 그지없는 태도"라고 비난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일본은 G7정상회의 참여, WTO 사무총장 출마 등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나라를 견제하고 발목을 잡는 데만 급급하다"며 "산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일본이 땅을 치고 후회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제 방어적 '극일'을 넘어, 세계를 선도하기 위한 공세적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시즌2'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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