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별장 성접대' 윤중천, 2심도 '성폭력 무죄'

"공소시효 지났다"는 원심 판결 유지..."검찰 카르텔의 승리"

"기록에 나타난 자료들과 항소심 증인신문을 통해서 피해 여성이 매우 고통스러운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공감합니다. 그러나 사실 인정과 법률 판단이 공소 제기된 범행에 국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피해 여성이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데 판결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2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성폭력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 '성폭력은 무죄'라는 원심을 유지했다.

윤 씨는 여성 A 씨를 폭행·협박해 김 전 법무부 차관을 비롯한 유력 인사들과 성관계를 맺도록 하고, 2006년부터 이듬해까지 모두 세 차례 A 씨를 성폭행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상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사기와 알선수재 등의 혐의만 유죄로 보고 윤 씨에게 징역 5년 6개월과 추징금 14억 8700여만 원을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특수강간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 판단을, 개별 강간 혐의도 고소 기간이 지났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하며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범행으로 인해 발생했고 공소시효가 시작되는 시점이 피해자가 외상 후 스트레스 진단을 받은 때로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심의위원회의 보고서도 이러한 주장을 담았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범행 간 인과관계에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공동변호인단의 단장인 이찬진 변호사는 "2006년 7월부터 2008년 2월에 이르기까지 1년 8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진 상습 성폭력 중 세 건만 공소가 제기됐다"며 구조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또 "1년 8개월간 외상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현됐다"며 "세 건의 성폭력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는데 개별적인 모든 성폭력에 관한 행동이 인과관계로 인정돼야 하지 않았나는 의문이 든다"고 아쉬워했다.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동문 앞에서 '윤중천 무죄 선고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프레시안(조성은)

"피해자도, 사건도 있지만 누구도 처벌받지 않아"

판결 직후 서울고등법원 동문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등 705개 단체로 구성된 '<김학의·윤중천 성폭력사건> 사법정의 실현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일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판결을 규탄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끝내 무죄판결 규탄발언을 하게 되어 참담하다"고 심정을 전했다.

그는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는 '법원의 판결을 먹고 자랐다'고 한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이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며 "이 판결은 윤중천과 김학의 개인에 면죄부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여성폭력을 양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학의·윤중천 사건은 검찰의 의도적인 부실수사와 조직적 은폐로 기소조차 되지 못한 사건"이라며 "검찰 과거사위원회 조사를 통해 이같은 점이 확인됐고 그 결과 겨우 재판에 회부됐음에도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비판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도 "어제(28일) 고 장자연 배우 사건의 가해자 조희천 전 조선일보 기자의 무죄선고에 이어 오늘 김학의 성착취 사건의 핵심인물인 윤중천이 무죄판결을 받았다"며 "검찰은 사건을 은폐하고 수사를 방해하기 급급했으며 법원은 이 책임을 검찰에 떠넘기며 방기한 결과 오늘 '피해자가 있고 사건은 있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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