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경비노동자 가해자 지목 A씨 검찰에 고발

"산업재해 신청, 손해배상 소송 등도 준비 중"

폭행 등 입주민의 갑질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고 최희석 경비 노동자 사망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주민 A씨가 검찰에 고발됐다.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공동사업단, 민주일반연맹, 정의당 강북구위원회 등 115개 시민사회노동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된 고발인단은 13일 A씨를 서울북부지검에 고발했다. 폭행, 상해, 감금, 협박, 모욕, 공갈미수, 강요, 재물손괴의 8개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은 같은 날 서울북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비 노동자를 향한 폭력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에 국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류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여러 날에 걸쳐 높은 강도의 범죄행위가 일어났다"며 "수사기관은 조금의 선처도 없이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가해자를 최대한 처벌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 13일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사망사건 가해자 고발 기자회견에서 류하경 민변 노동위 변호사가 고발장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이날 검찰에 제출된 고발장을 보면 최 씨에게 일어난 일은 다음과 같다.

4월 21일 A씨는 이중주차된 A씨의 차량을 밀고 있던 최 씨를 보고 "우리가 돈 주는 걸로 먹고 살면서 왜 하지 말라는 짓을 하냐"고 말하며 최 씨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이후 멱살을 잡으려는 A씨를 피하는 최 씨를 잡고 관리사무소까지 끌고 갔다. 이 과정에서 "너 이 자식 머슴 주제에 당장 사직서를 쓰라"는 등의 폭언을 가했다. 최 씨의 경비복이 찢기기도 했다.

4월 23일 A씨는 최 씨에게 "너 이 새끼 여기 꿀단지 묻어놨냐", "당장 그만 둬라", "네가 남자냐", "우리 회사에 꽂아줄까" 등 다시 한 번 폭언을 했다. 최 씨가 "딸이랑 같이 살아야 해서 못 그만 둔다. 미안하다"고 말하자 A씨는 "안 된다.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난다"고 말했다.

4월 27일 첫 번째 폭행이 일어났다. 이날 A씨는 최 씨에게 "너 이 새끼 아직 안 그만 뒀냐"고 말하고 화장실에 CCTV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최 씨를 화장실에 밀어 넣고 폭행했다. "바지에 오줌을 싸라", "사직서 안 썼으니 100대 맞아라" 등의 폭언을 했다. "당장 안 그만 두면 후배들 불러다 암매장한다"는 등 협박도 했다.

5월 3일 두 번째 폭행이 발생했다. A씨는 "모자가 이게 뭐냐"며 최 씨의 모자를 벗긴 뒤 최 씨 몸에서 폭행으로 상처가 난 부위에 모자를 비볐다. 이에 최 씨가 경비실 밖으로 도망치자 A씨는 주민들이 볼까 두려워 스스로 넘어진 뒤 자기가 다친 것처럼 연기했다. 이 광경을 본 주민들이 "최 씨가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자 A씨는 "저 경비원은 이중인격"이라고 말했다.

5월 4일 A씨는 작년에 교통사고로 받은 진단서와 함께 "돈 많이 만들어놓아야 할 거다", "수술비만 2000만 원이 넘는다" 등 협박, "머슴한테 가슴이 맞아 넘어졌다"는 등 모욕적 언사가 담긴 문자를 최 씨에게 보냈다.

4일 밤 12시 A씨는 "너무 억울해서 뛰어내리러 왔다"며 아파트에 찾아왔다. 이를 발견한 주민이 A씨를 보호하고 경찰에 사건을 신고했다.

입주민들은 5월 5일 긴급회의를 갖고 사건 내용을 공유한 뒤 A씨에 대해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5일 뒤인 10일 최 씨는 자신을 도우려던 입주민에 대한 고마움과 A씨의 사건 왜곡, 폭행 등에 대한 억울함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신희철 노동당 성북당원협의회 위원장은 "전국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경비원은 사회적 보호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이런 갑질에 노출되어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범죄행위를 저지르고도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를 하고 있지 않은 가해자를 엄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고발 이외에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와 관련된 추가적인 법적 대응도 이어질 예정이다.

류 변호사는 "최 씨가 입은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 산업재해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며 "가해자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류 변호사는 "가해자가 자신이 살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재산을 현금화해 은닉하려는 시도로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가압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