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긴급 생계비 지원' 방송 비정규직은 신청도 못해"

업무 계약서, 소득 감소 증빙 요구하는데 방송계에는 구두계약 만연

독립PD, 외주 방송작가 등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부의 코로나19 지원 대책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코로나19 정부 대책인 '긴급 생계비 지원'은 업무 계약서, 소득 감소 증빙 등을 요구하는데,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는 구두 계약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주 이유다.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증빙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취약 계층인 이들을 생계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와 정의당이 29일 국회 정의당 당대표실에서 주최한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 코로나19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좌담회'에서 김기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은 "독립PD나 방송작가는 구두 계약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방송사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지원에서도 배제됐다"고 말했다.

독립PD와 외주 방송작가는 프로그램 제작사나 방송사의 직간접적 업무 지휘·감독을 받지만, 법적으로는 개인 사업자인 특수고용노동자다.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4월 22일 정부는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영세자영업자 등 고용보험 가입 사각지대에 있는 93만 명에게 1인당 월 50만 원씩 최장 3개월 동안 긴급 생계비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긴급 생계비를 신청하려면 소득감소 증빙 자료와 함께 업무 계약서를 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상당수가 구두 계약을 맺고 일하는 독립PD나 방송작가는 긴급 생계비를 신청도 못한다는 것이 김 지부장의 말이다.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 변수가 많다는 점도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의 긴급 생계비 신청을 어렵게 한다. 최성근 희망연대노조 부위원장은 "독립PD나 방송 작가는 제작 프로그램이 바뀌는 일이 많고 특집물 등 일회성 계약도 많다"며 "프로그램 제작이 기획단계에서 중단되면 인건비를 못 받는다"고 전했다. 최 부위원장은 "이런 점들 때문에 지난해와 올해 소득을 비교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 희망연대노조와 정의당이 29일 국회 정의당 당대표실에서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 코로나19 위기 극복 긴급 좌담회'를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이런 가운데 독립PD나 외주 방송작가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이미 발생하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의 연구용역으로 작성된 <독립PD·방송(외주)작가 노동실태와 정책지원 방안연구>를 보면, 설문대상 214명의 독립PD 중 40.2%가 코로나19 이후 임금손실이 발생했다고 답했다. 41.1%는 현재 일자리를 잃을 우려가 크거나 매우 크다고 답했다.

외주 방송작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설문대상 380명의 외주 방송작가 중 48.4%가 코로나19 이후 임금손실을 입었다고 답했다. 48.9%는 현재 일자리를 잃을 우려가 크거나 매우 크다고 답했다.

김 지부장은 "방송사는 앞으로 코로나19를 이유로 이미 한계 상황에 처한 프로그램 제작비를 더 삭감하겠다고 할 것"이라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해당 프로그램을 편성에서 빼버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지부장은 "문서로 된 계약서도 없는 독립PD와 외주 방송작가는 보호망도 없이 해고될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핀포인트 국가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부위원장은 "근본적으로는 독립PD와 외주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그래야 근로계약서 작성이나 고용보험 적용, 방송사 및 제작사와의 단체교섭을 통한 회사 차원의 코로나19 피해 대책 마련과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보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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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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