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영향 미칠까" 사퇴 발표 미룬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전에 피해 여성과 선거 후 발표로 협의 두고 여야 정치권 개입 진실공방

여성 공무원 성추행으로 자진 사퇴를 결정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1대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선거 이후에 발표할 것을 피해 여성과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미래통합당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사전에 인지하고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찰 수사까지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사전에 알고 있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23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오 시장이 사퇴 이유로 거론한 '면담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일어난 시점은 21대 총선이 치뤄지기 전인 지난 4월초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 23일 오전 11시 부산시청사 9층 브리핑룸에서 사퇴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오거돈 부산시장이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프레시안(박호경)

해당 신체 접촉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오 시장은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자신의 행위가 성추행이라는 것을 시인한 바 있다.

피해 여성은 사건 발생 후 4월초 부산성폭력상담소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상담소는 부산시 정무직 보좌관들과 확인 작업을 벌였으며 오 시장 측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의 사퇴 입장 발표와 동시에 상담소가 발표한 성명에서도 "피해자를 통해 이번 성폭력 사건을 접하고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고 밝히는 등 사건이 심각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상담소 조사에서 성추행 사실이 명확해짐에 따라 오 시장 측은 '사퇴서'까지 작성해 상담소와 피해 여성에게 전달했으며 법적 효력을 담보하기 위해 부산의 한 법무법인을 통해 '공증'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오 시장 측은 총선이 진행되는 민감한 상황인 만큼 총선 이후로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제안했고 피해 여성도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소 측은 "우리 상담소가 피해자를 지원하고 부산시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오 전 시장과 보좌진들이 피해자를 위해 노력한 점은 성폭력 사건 이후 최소한의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퇴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며 피해자의 2차 가해 예방과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 조성을 촉구했다.

다만 오 시장이 피해 여성과 사퇴 입장 발표를 21대 총선 이후로 합의한 것을 두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해 민주당이 사전에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에서는 오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오늘 아침 9시쯤 부산시당의 보고를 받고 알았다"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 부산시당을 비롯한 시당 소속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날 아침에서야 사퇴 얘기를 전달받았다"며 오 시장의 성추행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오늘 아침에 오 시장이 직접 전화로 얘기를 했다"며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피해 여성도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과 총선 시기를 연관 지어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움직임이 있다. 분명하게 말씀드린다"며 "정치권의 어떠한 외압과 회유도 없었으며 정치적 계산과도 전혀 무관함을 밝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즉각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통합당 부산시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거돈 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다시 한번 부산시민들에게 분노와 수치를 안겨주고 부산에 제대로 먹칠을 한 것이다"며 "오거돈 시장의 사퇴를 넘어 이번 사건에 대해 명백히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과 정부가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한 사실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주환 통합당 부산시당 수석대변인은 "여권에서 개입을 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고 있으며 추가 확인되는 대로 검찰 수사나 국정조사의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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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경

부산울산취재본부 박호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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