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술자격 전기기능장 시험 문제 유출...집단 부정행위

관리위원, 학원장, 수험생 등 70여명 검거 "과거 시험에서도 범행"

국가기술자격인 전기기능장 실기시험에서 문제를 유출하는 등 조직적인 부정행위를 시행한 출제위원, 관리위원, 학원장, 수험생 등 70여 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A모(61)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7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열린 제62회 전기기능장 실기시험에서 충청도의 한 시험장 관리위원이었던 A 씨는 수험생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시험지를 몰래 들고나와 팩스로 전기학원 원장인 B모(56) 씨에게 3회에 걸쳐 전달했다.

A 씨를 통해 유출된 시험지는 B 씨를 거쳐 순차적으로 전국 7개(울산, 서울, 안양, 당진, 대전, 수원, 천안) 전기학원 원장과 전기기능장 인터넷 카페 운영자 K모(46) 씨에게 전달됐다.

K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제62회 전기기능장 실기시험 기간 동안 부정행위를 위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미리 개설해 수험생 256명을 초대해 실시간으로 시험지를 유출하고 문제를 풀이해 그 해답을 대화방에 공유했다.


▲ 범행 개요도. ⓒ울산경찰청

단체 대화방에 초대된 수험생 중 59명은 실기 시험에 쓰기 위해 시험장에 가지고 들어가는 노트북을 이용해 K 씨가 공유한 정답을 보면서 답지를 작성했다.

수험생들은 휴대전화 핫스팟이나 에그 등을 이용해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연결해 단체 대화방에 접속했으며 일부 수험생은 시험 시간 중 노트북으로 K 씨와 대화를 하며 답안을 작성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전기기능장 시험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데 부정행위에 가담한 수험생들이 단체 대화방을 통해 답안을 받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했다.

경찰은 이들과 함께 실기 시험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으로 각각 선정된 전기학원 원장 2명도 수강생들에게 자신들이 출제한 문제를 알려준 혐의로 검거했다.

이들은 학원을 운영하는 자는 실기 시험장의 감독위원으로 선정될 수 없음에도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속이고 감독위원으로 선정됐다.

또한 자신들의 감독위원으로 선정된 시험장에 학원생들을 접수하도록 해 작성한 시험 답안의 점수를 높게 채점시켜 합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경찰에 붙잡힌 A 씨 등으로 인해 실제 전기기능장 평균 합격률은 18%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감독위원으로 들어간 시험장에서 실기 합격률은 55~77%에 이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범행 사실은 입증됐으나 대가성 금품을 주고받았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실기 시험 도중에 부정행위가 적발되면서 실제 단체 대화방에 참가했던 인원 중 일부만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산업인력공단의 고정적인 인력 선정으로 시험장 여건을 잘 알게 된 피의자들로 인해 시험지 유출 사례가 발생했다"며 "A 씨의 경우 최근 4년 동안 각종 전기 관련 시험에 83회 참여하거나 다른 전기 관련 실기 시험에서 시험지를 유출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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