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총리추천제, 정치문화 성숙하면 이상적이지만…"

"지방선거 압승, 지역주의·색깔론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6.1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지역주의 정치, 색깔론으로 국민을 편가르는 분열의 정치는 이제 끝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압도적 승리" 선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선거 승리의 공을 일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돌림과 동시에 "총리 국회 추천제를 한다면 이 총리 같은 좋은 분을 과연 모실 수 있겠느냐"고 개헌 관련 기존 입장을 재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먼저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아주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며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은 전적으로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이 아주 잘해준 덕분"이라고 참모들에게 공을 돌렸다. 문 대통령은 "(선거 승리가) 대통령 지지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건 정말 온당치 못한 이야기"라며 "대통령이 뭔가 잘 했다면 그것은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이 잘 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일명 '청와대 3실장'을 비롯한 비서실 직원들에 이어 "이낙연 총리를 비롯한 내각에 대해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통상적인 격려와 감사 인사였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뒤를 이어 "제가 이낙연 총리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다"며 "총리추천제, (즉)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는 제도를 (야당이) 주장할 때 제가 '그렇게 된다면 이 총리 같은 좋은 분을 과연 총리로 모실 수 있을 것인가? 총리추천제를 통해 협치를 잘 하자는 뜻은 충분히 알지만, 우리 정치문화가 성숙하다면 이상적 제도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같은 국회 상황에서는 이 총리 같은 좋은 분을 모시기가 힘들 것'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고 말해 눈길을 집중시켰다.

앞서 개헌 국면에서, 권력구조 개편 방안과 관련해 야당은 대통령 권력 분산 방안으로 책임총리제 도입과 함께 총리 선출 또는 추천 권한을 국회가 갖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반면 청와대·여당은 이에 반대하며 대통령 권한 축소는 사면권 제한, 헌재소장 임명권 박탈, 감사원 독립 정도 선에서 마무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국회 총리추천제 반대 입장을 재강조한 것이자, 정치문화의 미성숙으로 인해 연정 등 야당과의 협치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文 "지역주의, 색깔론 분열의 정치 이제 끝나…정치 목표 이뤘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 승리의 의미에 대해 "압도적 승리이고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것 이상으로 아주 깊은 감회를 갖는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서 지역으로 국민을 나누는 지역주의 정치, 색깔론으로 국민을 편가르는 분열의 정치는 이제 끝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리고 그런 지역주의 정치, 분열의 정치 구도 속에서 정치적 기득권을 지켜나가는 그런 정치도 이제는 더 이상 계속될 수 없게 됐다"고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권의 참패를 간접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저로서는 제가 정치에 참여한 가장 주요한 이유 중 하나, 목표 중 하나를 이룬 셈"이라고 감격해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정말 꿈꿔웠던 일이고, (1990년) 3당 합당 이후 약 30년 세월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눈물흘리며 노력한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다른 지역에서 정치하는 분들은 조금 실감이 덜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지역주의 정치, 색깔론에 의지하는 분열의 정치를 꺾어 놓아야 우리 정치가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다"며 "높은 투표 참여와 성숙한 주권자 의식으로 새로운 정치를 마련해 주신 국민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청와대 직원들과 공무원들에게 "선거 결과에 자만·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각오로 국민들 기대에 맞게 잘 하고, 유능함으로 성과를 보여드리자"며 △유능함 △도덕성 △겸손한 태도 등 3가지를 강조했다.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는 전체 회의가 청와대 직원들에게 실시간 영상으로 공개됐다. 이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들에게 두 번째로 강조한 '도덕성' 항목과 관련해 "우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만큼 우리에게 거는 국민적 기대는 더 높다"며 "상대적으로 조금 작은 도덕적 흠결만 보여도 국민들로부터 훨씬 많은 질타와 비판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년간 정말 잘 해줬다. 도덕성 면에서 지금 청와대는 거의 잘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하기도 했다.

지방선거 승리에 청와대와 내각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는 하면서도, 정작 선거의 주역이었던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부분도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들에게 '유능'을 당부하면서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국정을 이끄는 중추이고 두뇌"라며 "청와대야말로 정말 유능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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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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