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은 극심한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광역단체장 선거 기준으로 '6+알파(6곳 이상의 선거 승리)'에 당 대표 재신임을 걸겠다고 공공연히 말해온 홍준표 대표의 입지가 당장 위험해졌다. 당내에서 선거 참패 책임을 물어 홍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자신이 후보로 나선 대선에서 패한 데 이어 지방선거까지 2연패를 당한 홍 대표를 보는 당 안팎의 시선은 따갑다. 당 대표로 취임한 이래 '사당화'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며,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도 홍 대표의 '사천' 논란으로 한국당엔 바람 잘 날 없었다. 미운털 박힌 사람들을 솎아내거나 당내 경쟁자들을 견제하려는 목적이라는 의심이 많았다.
여기에 잦은 막말로 홍 대표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까지 켜져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홍 대표의 지원 유세를 마다하는 기현상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자유한국당의 고민은 홍 대표를 대체할 리더십의 부재다. 홍 대표가 당 대표에서 물러나더라도 곧바로 다시 등판할 거란 얘기가 설득력 있게 떠돈다. 홍 대표는 4월 22일 페이스북에서 "지방선거가 끝나면 어차피 다시 한번 당권을 두고 경쟁할 것이다"며 "(나를 공격하는 중진의원들은) 그때를 대비해 당원들과 국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헌신하는 정치를 하라"고 재등판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 시나리오는 홍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가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당권에 재도전하는 것이다. 선거에서 패배한 리더가 2선 후퇴나 자숙의 시간을 갖는 통상적인 수순과는 다른 행보가 된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이래 지금까지 한국당을 '홍준표당'으로 변모시켜 놓은 상태라 재도전해도 승산 있다는 얘기가 당 주변에 적지 않다.
이는 홍 대표가 보다 큰 권한을 확보하는 수단으로서의 의미도 있다. 현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홍 대표의 임기는 내년 7월에 끝난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새로 열어 당선될 경우, 홍 대표는 2년 임기를 새로 부여받아 2020년 4월 총선에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경쟁자와 공존을 용납하지 않는 홍 대표의 정치 스타일상 당 장악에 박차를 가해 차기 대선주자로 남을 수도 있다. 홍 대표에게 지방선거 패배는 위기이자 기회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홍준표 대표는 어떻게든 말 바꿔서라도 당에 남아있을 것이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조기 전당대회를 열겠다고 홍 대표가 말했다"며 "결과가 좋건 나쁘건 홍 대표는 계속 당 대표를 해서 유일한 대선후보가 되려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구상한 재등판 시나리오는 한국당이 맞은 최악의 참패 앞에 실현 가능성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런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이유는 홍 대표를 대체를 리더십 부재 때문이다. 차기 당권 도전 의사를 자천타천으로 밝힌 이들은 김무성, 정우택, 나경원, 이주영, 유기준, 김성태, 조경태 의원과 이완구 전 의원 등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비교적 선방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물망에 오른다. 대중들 눈높이보다 한참 낮다.
리더십 부재와 관련해 다른 중진의원은 "당내에서 차기 당 대표를 둘러싸고 난상토론 하다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바깥에서 당 대표가 수혈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국당 스스로 쇄신 전망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수혈도 탁상공론에 그칠 거란 반론도 있다.
리더십 진공상태에 빠진 한국당이 현실에 안주할 가능성도 높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패배에도 여전히 원내 제1야당으로서 입법 비토권을 쥐고 있어서다. 실제로 대여 투쟁으로 정권 흔들기만 해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야당의 관성'이 한국당에 만연해 있다. 한국당은 드루킹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으로 42일간 국회를 파행시킨 적이 있다.
한국당이 바른미래당과 통합하는 정계개편도 거론되지만 이조차 쉬운 일은 아니다. 새누리당에서 탈당해 바른미래당에 몸담고 있는 의원들과는 감정의 골이 깊게 파였고, 민주당에서 갈라져 나온 의원들과는 정치 노선 차이가 현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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