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후보가 광장을 '허가'해 드립니다

서울광장은 퀴어축제 때문에, 광화문광장은 세월호 때문에 제한?

'서울은 자유다'라는 구호를 내건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가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의 자유로운 사용을 제한하라는 입장을 연이어 내고 있다. 김 후보는 4일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를 계속 허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세월호도 지금 4년 넘게 광화문광장에 아예 천막을 쳐놓고 4년 내내 저러고 있다.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지난달 2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도 "광장사용조례를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어 건전한 광장 문화를 만들겠다"며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동성애 퀴어축제는 서울시 광장조례에 어긋나기에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후보는
지난달 30일에도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이 미세먼지를 잡고, 친환경적이고, 멋있는 곳이 되어야지 (그곳에서 시민들이) 시위만 해서 되겠냐"며 "광장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서) 전문시위꾼이 독점하며 교통흐름을 심각하게 막는 현 상황을 개선할 것"라고 말했다.

6월 1일 서울시장 출정식 자리에서도 김 후보는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유족들이) 노숙상태로 추모해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젊은이에게 세월호처럼 죽음의 굿판을 벌이는 자들은 물러가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00일 째 되는 2014년 7월 25일, 서울광장에 시민들이 운집해 있다. ⓒ최형락 기자

그러나 퀴어축제가 서울시 광장조례에 어긋난다는 김 후보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2010년 신설된 서울광장 사용조례 제 6조 3항은 '시장은 서울광장 사용신고자의 성별·장애·정치적 이념·종교 등을 이유로 광장 사용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광장 사용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겠다는 김 후보의 광장조례 공약에도 위헌 소지가 존재한다. 대법원은 2012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한 선고에서 "헌법 제 21조 1항에 따라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헌법 제21조 2항에서는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법원은 집회 해산은 원칙적으로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 위험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광장 사용 허가제가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한 헌법 21조를 정면으로 거스른다고 밝힌 바 있다. 허가제에서 집회를 하려면 시민은 서울시 광장 사용 심의위원회에 집회 사용을 신청하고 심의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허가제는 금지를 풀어준다는 의미에서 원래부터 광장이 시민에게 불허하는 전제가 깔려있다. 반대로 신고제는 광장의 사용이 법적 요건에 맞으면 형식적 상황만 검토하고 되도록 사용을 수리하도록 하고 있다. 신고제는 원칙적으로 광장의 사용이 시민에게 허용됨을 전제로 해서다. 2010년 서울시의회는 10만 명의 서울시민이 서명한 주민 발의 조례를 통해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었다.

▲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치는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최형락 기자

광화문광장은 근처에 미 대사관을 비롯한 10개 정도의 대사관이 있다는 이유로 집시법상의 제약을 받는다. 집시법 11조 4호에 따르면, 청와대, 국회, 대사관 및 주요 국가기관의 반경 100m 안에선 집회나 시위를 하지 못하게 돼 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집회현장에는 변상금이 부과되고 있다"며 "(광장을) 적법하게 사용하지 않고 임의로 무단사용하면 이에 따른 변상금이 부과된다"고 했다.

그러나 2003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외교기관에 대한 집회가 아니라 우연히 금지장소 내에 위치한 다른 항의 대상에 대한 집회의 경우는 법익충돌의 위험성이 작다며 "외국 외교기관의 100m 이내에서는 시위를 열 수 없다"고 규정한 집시법 11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31일에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사당 100m 이내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조항에도 위헌
결정을 냈다. 집회는 특별한 상징적 의미 또는 집회와 특별한 연관성을 가지는 장소에서 벌어져야 다수의 의견표명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으므로, 집회 장소를 선택할 자유는 '집회의 자유'의 실질 중 하나라는 이유에서다.

박원순 캠프 박양숙 대변인은 김문수 후보의 광장 신고제 조례공약에 대해 "촛불혁명으로 광장이 자유로워지는 현 상황에 반하는 공약"이라며 "김 후보는 광장이 시민에게 되돌아가는 역사적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헌법에는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며 "경찰에서도 해당 권리를 받아주면서 (촛불혁명 이후) 시민들은 자유롭게 광장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문수 캠프 원영섭 법률지원 위원장은 "(김문수 후보의 광장 발언은) 동성애 퀴어축제를 불허가 핵심"이라면서도 "동성애 축제를 아무 때나 어디에 가서나 해도 된다는 헌법 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유에는 나의 자유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자유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며 "(세월호 유가족은) 독점적으로 광화문광장을 점거하고 발언권을 독점하면서, 다른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고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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