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댓글 조작 연루? "청탁 불발 보복" vs "정권 게이트"

김경수 "댓글 조작 당원, 대선때 돕겠다더니 무리한 요구"

더불어민주당 일부 당원들이 '보수세력 댓글 공작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 했다'며 문재인 정부 비난 댓글에 다수의 '공감' 표시를 한 사건과 관련, 사건 주모자인 김모 씨가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정치권 전반으로 급확산되고 있다. 김 의원은 즉각 반박 회견을 열었으나, 그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6.13 지방선거 여당 경남지사 후보라는 점에서 야권은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김경수 의원은 14일, 자신이 김 씨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TV조선 <뉴스7> 보도에 대해 밤늦게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TV조선은 "(경찰이) 김 씨의 스마트폰에서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김 의원과 수백 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경찰이 확보한 디지털 증거자료 가운데는 SNS 활동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고, 두 사람이 메시지를 주고받은 시점은 지난해 대선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이라며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앞서 김 씨 등 민주당원 3명은, 자동 연산(매크로) 프로그램과 수백 개의 포털 사이트 아이디(ID)를 이용해 정부 비난 댓글에 '공감' 표시를 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해 여론 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지난달 22일 긴급체포 후 구속됐다. 경찰은 이들이 평창 올림픽 도중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 "땀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 등 2개의 뉴스 댓글에 614개의 포털 ID를 활용해 '공감' 클릭을 한 것으로 조사했다. 이들은 경찰에 붙들린 후, 범행 사유에 대해 '보수 진영에서 사용한다는 댓글 조작 프로그램을 구했는데 테스트 차원에서 했고, 보수진영에서 벌인 일로 보이게 하려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문제가 된 사건의 본질은, 대선 때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해놓고 뒤늦게 무리한 대가를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에 반감을 품고 불법적으로 매크로를 사용해 악의적으로 정부를 비난한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이번 사건은 그 불법에 대한 수사를 엄중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심각한 불법행위 진상을 파헤쳐야 할 시점에, 사건과 무관한 저에 대한 허위 내용이 어딘가에서 흘러나오고 이를 충분히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보도되는 것은 대단히 악의적인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문제가 된 인물은 지난 대선 경선 전, 문재인 (당시) 후보를 돕겠다고 연락해 왔다"며 "당시에는 누구라도 후보를 돕겠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선거 때 통상적으로 자주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자신과 김 씨가 텔레그램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받은 데 대해서는 "그 뒤에 텔레그램으로 많은 연락을 보내왔고, 당시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비슷한 메시지를 받는 저로서는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선거가 끝난 뒤 그 분은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인사와 관련한 무리한 요구였고, 청탁이 뜻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상당한 불만을 품은 것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끝난 일이었다"며 "이번 매크로 관련 불법행위와 관련돼 있다는 것은 저도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접했다. 그런데도 마치 제가 그 사건의 배후에라도 있는 것처럼 허위 사실이 유통되고 무책임하게 확인도 없이 실명으로 보도까지 나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억울함을 표시했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당시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냈고, 퇴임 후 봉하마을 시절에도 측근에서 수행하며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린 인물이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지난 3일, 김 의원을 6.13 경남지사 후보로 공천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민주당에서는 자당(自黨) 당원들의 여론 조작 시도에 대해 엄중히 선을 긋고 나섰지만, 김 의원의 연루 부분에 대해서는 본인 해명이 충분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전날 오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기계식(매크로) 포털 댓글 작업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조작했던 사람들이 적발되었고 그 중 일부가 민주당원이라고 한다"며 "당적은 가졌을지 모르나 그 행태는 전혀 민주당원답지 않다. 조속히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엄중히 대응해 가겠다"고 했다.

추 대표는 "그들은 포털과 SNS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대통령과 당 대표는 물론 다수의 민주당 정치인들에 대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비속어와 편협한 논리로 모욕하고 공격하기도 했다"며 "많은 당원들께서 그 동기와 배후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당과 당원의 명예와 신뢰를 떨어뜨리는 그들의 범죄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추 대표가 글을 작성한 시점은 김 의원의 실명까지는 아니지만 '여당 실세 의원 연루설'이 보도된 다음이기는 했으나, 추 대표는 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친노·친문이 아닌 민주당 정치인들도 나섰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은 "청탁을 안 들어줘서 보복한 것 같다는 김 의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나도 작년에 이 사람으로부터 '동교동계 세작'이라는 음해 공격을 받았는데, 그 내용이 황당무계하고 근거 없는 것이었지만 그의 큰 영향력 때문에 나는 졸지에 '동교동, 즉 분당한 구민주계 정치세력이 내분을 목적으로 민주당에 심어둔 간첩'이 되고 말았다. 이 사람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런 명백한 음해성 허위사실을 유포하고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은 "친노·친문이라는 이들의 정부 비판 댓글조작에 모두가 의아해 하지만, 그것은 이들이 문제의 '정부 비판' 댓글만 달았다고 보기 때문에 생긴 착시다. 수많은 댓글조작을 했는데 이중 '정부 비판' 댓글은 극히 일부라고 보면 쉽게 납득할 수 있다"며 "이들은 댓글 조작과 허위 글에 기초한 정치적 영향력을 과신하고, 자신이 선택한 정치인(정치집단)을 위해 옹호용 또는 상대방 공격용 댓글 조작이나 날조글을 써 왔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고 사후 청탁을 했으나 들어주지 않자 한 보복'이라는 김 의원의 주장에 100% 공감이 가는 이유"라고 했다.

"자신이 일방적으로 한 나름의 '기여', 즉 댓글 조작과 조작글에 대한 보상으로 김 의원에게 돈이나 이권을 청탁했을 것이고, 원칙주의자 김 의원은 부당한 요구를 당연히 거절했을 것이며, 이에 반발한 이들은 '나한테 잘못 보이면 문재인 정부도 비난 여론을 만들어 힘들게 만들 수 있다'며 무력 시위로 정부 비판 댓글조작을 했을 것"이라고 이 시장은 주장했다. 다만 이 시장은 "이들은 뚜렷한 직업도 없었다는데, 댓글 조작이나 허위 글을 이용한 영향력을 특정 정치인(정치세력)과 거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의원에게도 동일한 요구를 했다 거절당하자 보복 겸 압박을 한 것"이라며 이들이 특정 정치세력과 연계돼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박영선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이 충분히 해명했다고 생각하고, 그의 성품으로 봤을 때 그런 일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며 야당의 공세에 대해서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활용해 수렁으로 빠지는 사례가 몇 번 있었다"고 경고했다.

야당은 총공세…안철수, 기자회견 열고 "대선 선거부정"

그러나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은 모두 김 의원의 검찰 출두 등을 요구하며 공세를 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 현역의원이 문 대통령의 복심 김경수 의원이었다. 의혹의 정점에 대통령의 최측근이 자리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아무리 부인해도 국민 정서상 이제 정권 차원의 게이트가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댓글 공장을 차려놓고 조직적으로 댓글을 가공해 인터넷 포털을 점령, 여론을 조작하려 했던 사건의 추악한 근원을 샅샅이 색출하고 더러운 공작금의 저수지를 밝혀내야 한다"며 "김 의원인지 그 윗선인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범죄의 몸통을 밝혀내는 것이 사태 해결의 핵심"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전날 밤 김 의원의 회견에 대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검찰에 수사 지침을 내리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지금 이 순간 가장 우려되는 것은 권력이 개입된 조직적 증거 인멸과 수사 방해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즉시 김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하고 강제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윤석렬 중앙지검장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나?"라고 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이와 비슷한 취지에서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지난 대선 때 수많은 그룹과 팀들에 의해 문재인 후보를 위한 대대적인 댓글 조작이 있었고 그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음을 (김 의원이) 자백했다. 텔레그램 대화를 통해 댓글 조작자들에게 감사 표시를 했고, 그 대가로 인사 청탁을 해왔음을 자백했다. 청탁을 거절하자 현 정부에 대한 비판 댓글로 협박을 해왔다며 조작 세력의 존재와 대선 당시의 활동 사실을 거듭 자백했다"며 "(이는) 특검이 불가피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특히 바른미래당은 지난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직접 나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안 예비후보는 이날 선거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범행 장소로 지목된 경기 파주시 출판단지에서 긴급 회견을 열어 "민주당원들이 지난 대선기간 중에 유령 사무실을 차려놓고 상습적으로 댓글 공작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번 사건을 "기득권 양당의 댓글공작 행위"라고 규정하고 "기득권 양당 모두 적폐였고 작년의 정권교체는 '적폐 교체'였다는 국민들의 비판에 할 말이 없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안 예비후보는 "문제의 민주당원들은 이곳 파주 출판단지에 아지트를 차려놓고 몇 년간 활동해왔고, 지난 대선 기간 중에 이름만 대면 다들 아는 여러 명의 실세 정치인들이 여기를 드나들었다는 의혹이 있다"며 "최우선으로 밝혀져야 할 일은 도대체 실세 중의 실세 김경수 의원이 여기서 활동하다 이번에 구속된 댓글조작 피의자들과 무슨 관계냐는 것이다. 피의자들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안 예비후보는 "김 의원의 해명은 한 마디로 억지"라며 "'구속된 피의자들이 자발적으로 도왔다'고 했는데, 도운 내용이 무엇인지를 공개해야 한다. 음습한 곳에 모여 앉아서 댓글공작 했다는 것 아니냐. 그들과 교신한 것도 시인했는데, 그렇다면 불법행위를 지시하고 묵인한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리한 요구'는 어떤 것인지, 무슨 일을 했기에 무리한 요구가 가능했는지 이해가 가게 설명해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안 예비후보는 "김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며 문 대통령까지 언급하고, 나아가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즉시 김 의원을 소환해 진상을 밝히고 이미 구속된 피의자들의 활동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확인해 댓글 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대선 선거부정으로 엄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선 선거부정'이라는 말이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 대선 기간 중에 있었던 선거부정 의혹을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전국선거에 들어가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이 사태의 본질은 '대선 부정'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안 예비후보는 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민주당에서 '개인 일탈'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조직범죄와 공모한 것"이라며 "안희정 전 충남지사 때와 처리 방식이 아주 다르다. 소위 친문이라 불리는 자기 편은 '개인 일탈'이라 주장하고, 그렇지 않으면 신속하게 처리했다"고 민주당의 대응을 문제 삼기도 했다.

민주평화당 역시 대변인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를 버리고 이 사건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평화당 대변인인 바른미래당 장정숙 의원은 "이미 사정당국과 언론을 통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유력 광역단체장 후보의 이름이 거론돼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의혹 당사자로 거론된 김 의원은 한 치의 거짓말이 정권을 파국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 숨김없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민주당 역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우를 범하지 말고 관련자들이 그동안 당 내에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소상히 밝혀내 다시는 이런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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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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