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은 영화 <대부>를 보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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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신해혁명으로 진시황 이후 2000년 넘게 이어진 제정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불과 100년 만에 시진핑이 황제를 꿈꾸고 있다는 이야기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 중국에서 나오니 역사의 허망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2035 황제의 길>(유상철 지음, 메디치 펴냄))

지난해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의 결과를 두고 기존의 집단 지도 체제가 약화되고 일인 지배 체제가 구축되었다는 것은 지배적인 평가다. 하지만 강력한 반론이 제기된다. <시진핑 사상과 중국의 미래>(조영남 책임편집, 성균중국연구소 엮음, 지식공작소 펴냄) 제1장(엘리트 정치)을 집필한 조영남 교수다.

"시진핑은 장쩌민과 후진타오처럼 제한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엘리트 정치도 집단 지도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마디로 시진핑은 집단 지도 체계 속에서 전임 총서기보다는 더 커다란 조종자로서의 권력을 행사하지만, 아직은 마오나 덩처럼 최종 결정자 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못하는 '동급자 중 일인자'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입장은 2018년 3월 개헌 이후에도 유지된다.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기존의 '집단 지도 체제'가 붕괴하고 대신 '일인체제' 혹은 '절대권력'이 등장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여전히 타당하지 않다." (조영남, <EAI> 논평, 2018.3.9.)

유상철은 헌법 개정 중 연임제한 규정 삭제에 주목한다.

기존 헌법 제79조 3항은 '(주석과 부주석의) 연속 임직은 두 번을 초과할 수 없다(連續任織不得超過兩屆)'고 규정돼 있었다. "이 '10글자 삭제'가 몰고 온 파장은 엄청나다."

조영남은 다른 부분을 주목한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중요한 개정은 '공산당 영도(領導)' 원칙이 <당장>에 이어 <헌법>에도 삽입됐다는 점이다. 헌법 제1조는 '사회주의 제도는 중화인민공화의 근본제도다.'인데, 다음에 '중국공산당 영도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다.'가 추가됐다." (<EAI> 논평)

<시진핑 사상과 중국의 미래>는 제19차 당 대회를 정치·경제·한반도 정책 등 7개 분야로 쪼개어 전문가들이 분석해 3월 15일 출간된 책. <2035 황제의 길>은 <중앙일보> 중국 전문기자가 저널리스트 특유의 서술 방식으로 시진핑의 오늘을 정리했고 3월 28일 출간된 책.

2012년 2월 당시 시진핑 부주석은 미국 아이오와주를 방문했다. 27년 전 홈스테이를 했던 집을 찾아 옛 추억을 더듬었다. "옛날 여기에 호기심이 강한 여자아이가 있어서 여러 가지 질문을 받았다. 미국 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대부>를 보았다고 답했다." (<중국근현대사5>(다카하라 아키오 등 지음, 오무송 옮김, 삼천리 펴냄))

▲금주 '최재천의 책갈피.'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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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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