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北의 정상회담 팀에도 유용하기를

[최재천의 책갈피]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 <화염과 분노>, <정상회담>

"(트럼프 캠프의 사람들이) 입 밖에 내지 않고 합의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지 못하리라는 것뿐만 아니라, 아마도 그가 대통령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신 트럼프와 그의 작은 전사 집단은 "화염과 분노를 내뿜으며 패배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승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했다

역사적인 취임식 날, 16분 길이의 취임 연설은 대부분 호전적인 언어로 채워졌다. 연단에 있었던 조지 W. 부시는 트럼프 연설의 역사적인 주석이 될 것 같은 말을 했다.

"섬뜩한 헛소리로구먼."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트윗을 계속할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트럼프는 답을 내놓았다. "(트윗을 통해) 일상적으로 통제되지 않은 분노와 원한을 터뜨리는 것. 이는 그의 통치에서 근본적인 혁신이었다."

과연 트럼프는 "여우처럼 교활하게 미친 척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미친 것인가?" 정신의학자 랜스 도즈는 "부인할 수 없는 '소시오패스적' 특징들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밴디 리 엮음, 정지인·이은진 옮김, 푸른숲 펴냄)

백악관의 모든 고위 참모들에게는 대통령 트럼프를 대하면서 품게 되는 영원한 수수께끼가 있었다. 그가 '왜' 자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는 단지 너무나도 사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언제나 (…) 그에게는 모든 게 사랑을 받으려는 몸부림이지요."

백악관 부비서실장 케이티 월시의 말이다.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지난해 8월, 트럼프가 북한을 향해 내뱉었던 말이다.

출간 첫 주 만에 미국에서 140만 부가 판매됐고, 35개국에서 번역 판권 계약을 끝낸 <화염과 분노>(마이클 울프 지음, 장경덕 옮김, 은행나무 펴냄)가 번역 출간됐다. 만만치는 않다. 미국 정계에 대한 상당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역설적으로 미국 정치의 제도성과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의 토대를 이루는 여러 요소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 아름답다.

얼마 뒤면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있다. 정상회담을 '정상에서의 만남'이라고 한 처칠의 비유는 적절하다. 다만, 정상회담에는 다음이 없다.

정부 수뇌가 "공을 놓치면," 트루먼 시대의 국무장관인 딘 애치슨의 비유를 빌리면, "그의 뒤에는 골문이 활짝 열려 있다." (<정상회담>(데이비드 레이놀즈 지음,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펴냄))

이 번역서들이 우리는 물론 북의 정상회담 준비 팀에게도 유용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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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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