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문재인 이적행위" vs 김성태 "기대 이상 성과 환영"

바른미래·평화·정의당 긍정평가…한국당만 '못 믿겠다'

4월말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의 남북정상회담, 북한 정권의 비핵화 의지 표명,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양해. 문재인 정부가 대북 특사단을 통해 거둔 이같은 성과에 대해 야당도 대체로 '평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자유한국당의 경우, 내용 자체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은 채 '그 내용을 믿을 수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7일 오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대북특사가 가져온 남북회담 합의문을 찬찬히 들여다 보니 1938년 히틀러의 위장평화 공세에 속은 (영국 수상) 챔벌레인 뮌헨 회담을 연상케 한다"며 "챔벌레인은 히틀러의 주데텐란트 합병을 승인해 주고 유럽의 평화를 이룩했다고 영국 국민들을 환호케 했지만 그건 히틀러의 속임수에 불과했다"고 했다.

홍 대표는 "달라진 것 없이 그동안의 주장을 반복하면서 김정은이 북핵 완성의 시간벌기용으로 추진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북핵 쇼는 DJ-노무현에 이은 또 한 번의, 세계와 대한민국을 기망하는 6월 지방선거용 희대의 위장 평화 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은 나중에 통치행위가 아닌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를 자행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까지 했다.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오전 논평에서 대북 특사단의 성과 내용에 대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한국측 기자단이 배제된 상태였고, 특사단 파견 이후 김정은 면담 등 1박2일 간 모든 일정이 깜깜이로 진행된 때문"이라며 "과거 북은 국제사회와 약속한 비핵화 합의를 헌신짝처럼 버리기 일쑤였다"고 했다. 홍 대표나 정 원내대변인의 말은 특사단의 성과에 대한 정면 평가가 아니라 '사실인지 못 믿겠다', '북한은 결국 그 약속을 안 지킬 것이다'라는 식의 태도다.

한국당 내에서도 김성태 원내대표는 "대북 특사단의 방북 결과 보고에 대해, 발표된 합의문대로라면 기대 이상의 전향적인 성과를 얻어서 일단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 긴장과 경계를 늦추기엔 이제 시작이다"라고 일면 평가하는 태도를 보인 것과는 대조된다.

바른미래 '투톱'은? 박주선 "일단 환영", 유승민 "……"

그간 문재인 정부와 강하게 각을 세우며 한국당과 보수 표심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바른미래당에서도 일부 긍정적 평이 나왔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북한의 상투적 전략 때문에 합의문에 대한 신뢰의 회의도 있고 확실한 비핵화에 대한 간명한 결의를 엿볼 수 없는 합다는 점은 아쉬움이 크지만, 북한 최고지도자가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온다는 점, 북한이 먼저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점, 그리고 남북 정상 핫라인 개설은 매우 진전"이라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는 "이번 남북합의는 일면으로 신기루 같은 희망이라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지혜를 모으고 전략을 잘 세워 희망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됐다 생각한다"며 "일단 남북합의를 환영한다"고 했다. 그는 북미 대화와 관련 "(김정은이)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 했는데 이건 북한의 상투적 전법 중 하나", "한낱 언어유희로 볼 수도 있다"고 의심하면서도 미국을 향해 "김정은의 전향적 자세 전환이 읽혀지는 상황이기에, 속는 셈치고 미국은 북한과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 속는 셈치고 하는 대화는 속임당할 우려가 없다"며 "미국도 북미 대화에 너무 인색해선 안 되겠다"고 촉구했다.

앞서 '비핵화 진전 없는 남북정상회담은 안 된다', '한미연합훈련 축소·연기는 안 된다'고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강경 비판했던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이날 대북 특사단 관련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유 공동대표는 "오늘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공개발언을 통해 안보와 경제에 대한 제 기본적 의견을 전달하겠다"고만 했다.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문재인 정부와 보조를 맞춰온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환영 입장을 냈다. 조배숙 평화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지도부 회의에서 "북쪽에서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며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라고 평가한다"고 극찬했다. 정의당 역시 전날 최석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한반도에 드디어 봄이 찾아오는 모양"이라며 "북한과의 합의문 내용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고 이례적 상찬을 보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껏 고무됐다.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북특사단이 '꽉 찬' 평양 일정을 마무리했다"며 "대화는 미사일보다 강했다"고 평가했다. 추 대표는 "4개월 전만 해도 '전쟁불사'를 외쳤던 한반도에서 평창올림픽을 통해 평화의 물꼬를 트고, 남북관계가 활기를 띠게 됐다"며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한반도 평화시대를 열어가자"고 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예상을 넘는 성과다. 환영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옳았음을 확인했다. 당도 정부와 함께 (북한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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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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