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꺾인 빨간 장미를 들었나?

"지성의 전당이 해고의 전당 됐다"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각 대학이 청소노동자 인원을 감축하거나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청소노동자 인원 감축을 막기 위해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대학청소·시설노동자 전국공동행동 투쟁본부는 9일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의 확대적용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자들은 청소 노동자들은 꺾인 빨간 장미를 영정 액자에 담아 들고 있었다. 빨간 장미는 여성 노동자를 상징한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해고의 전당이 되고 있다. 사립대학들이 새해벽두부터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환경미화 노동자와 계약 해지 후에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근로장학생이나 아르바이트로 대체하고 있다"라며 "공공기관 환경미화 노동자의 경우에는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통해서 고용 승계가 이뤄지고 최저임금 이상의 시중농임단가 적용되도록 노동조건을 개선해왔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교육부는 초중등 교육기관 비정규직 뿐만 아니라 대학 비정규직도 고용 안전 부서를 설치해서 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며 "사립대학도 공공의 영역이다. 정부는 마땅히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사립대에 확대 적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동국대 청소노동자 김다임씨는 "저는 배운 것도 없고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동국대에서 12년 동안 일해왔다"라며 "대학 본부 갑질에 분을 못 참아서 일자리 놓고 투쟁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대학은 정년퇴직자 8명을 인원 충원을 시켜주지 않으려고 하고 충원을 하려면 근무시간을 줄이라고 했다"라며 "대학 본부가 우리를 대신해서 청소를 시도했고 우리 파업을 막는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의 목덜미를 치는 등 폭력 상황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김 씨는 "우리는 너무나 절박합니다. 우리 같은 약한 사람들 좀 도와주세요"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경일대 청소노동자 박옥혜씨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립대학은 청소노동자들에게 가하는 야만적인 구조조정을 멈추고 정부는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모든 대학으로 확대 적용하라"라며 "청소노동자를 효율과 통제의 도구로 밖에 인식하지 않은 가치의 문제이고, 청소 노동을 중·장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공헌쯤으로 여기는 철학의 문제"라고 말했다.

박 씨는 "최저임금은 죄가 없다. 핑계 대지 말라"라며 "노동을 천시하는 여전한 사회적 풍토가 문제다. 지성이라는 가면 뒤에서 자행되는 대학의 야만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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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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