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간 장하성, 청소노동자 구조조정에 "심각한 문제"

청와대 최저임금 TF 발족…장하성, 모교 현장 방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청소 노동자를 구조조정하고 그 자리를 시간제 '알바'로 대처하려 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현장을 11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벌어지는 일시적인 고용 불안 문제는 청와대가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장하성 실장은 김홍수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 황덕순 고용노동비서관 등과 함께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1시간 20분가량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에서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고려대학교분회 간부와 청소 노동자들을 만났다. 장 실장은 청소 노동자들을 만난 뒤에는 학교 측을 만났다. 고려대학교는 장하성 실장의 모교이기도 하다.

고려대학교는 정년 퇴직하게 된 청소 노동자 10명 자리를 '3시간짜리 초단기 알바'로 대처하겠다고 나선 사업장이다. 인건비 부담이 이유다. 하지만 적립금을 수천억 원씩 쌓고 있는 대학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이날 면담 자리에서 장성기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지부장은 "앞으로 고려대는 정년 퇴직자가 생길 때마다 (정년 퇴직으로 빈 자리를) 3시간 알바로 채운다고 한다"고 호소했고, 장하성 실장은 "저도 그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한다"고 답하며 공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소 노동자들은 "노동자도 인간 대접 받으며 일하고 싶다", "(계약이 만료되는) 12월 말이면 항상 불안하다. 불안감 없이 존중받고 싶다", "청소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에 비해 학교가 책정한 개인별 용역단가가 과도하게 높은데 왜 직접 고용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공공 부문이나 공익성이 높은 사업장부터 직접 고용에 나서달라"는 바람을 전달했다. 장하성 실장은 "도깨비 방망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뿐이 아니라 진심을 다해 노력하겠다"며 구조조정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노조의 요구사항을 청취한 장하성 실장은 곧이어 1시간 10분가량 학교 측을 면담했다. 장 실장은 "대학이 최소한의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가는 방법을 찾는 데 대학이 앞장서 달라.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청소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고용 안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 측이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장 실장은 "청소 노동자들을 단시간 노동자(아르바이트)로 대체하는 것이 고착화될까 우려된다"며 "나쁜 일자리가 새로운 고용 프레임으로 확산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11일 모교인 고려대학교를 방문해 청소 노동자들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고려대분회 조합원들과 면담하고 있다. 고려대학교는 정년 퇴직한 청소 노동자의 빈 자리를 '3시간 알바'로 채우겠다고 밝히면서 청소 노동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청와대

구조조정 문제가 벌어진 사업장에 청와대가 직접 현장 시찰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만남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부 일시적인 고용 불안 문제는 청와대가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장하성 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청와대 최저임금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이날 첫 회의에 들어갔다. TF가 첫 현장 시찰지로 고려대학교를 택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아파트 경비원, 청소 업무 종사자 등 고용 취약 계층의 고용이 흔들리지 않도록 점검하고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 주시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에 대해 "청와대가 별도의 일자리 안정 점검팀을 만들어서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방안도 검토하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같은 방침을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재천명하고,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인다는 재계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관련 기사 : 文대통령 "최저임금 인상 빌미 해고, 대책 마련하라", 文대통령 "최저임금 인상 오히려 일자리 늘린다")

이에 따라 '청와대 최저임금 TF'에는 반장식 일자리수석, 홍장표 경제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문미옥 과학기술 보좌관 등이 청와대 각 부서가 광범위하게 포함됐다. TF는 당분간 매일 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상황을 논의하고, 각 부처와도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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