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진퇴양난'…중재파 "불쾌하다"

'조건부 사퇴' 입장에 유승민 "안타깝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통합 후에도 통합신당 공동대표로 함께 지방선거를 지휘하자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국민의당 반통합파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지금 당장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중재파의 요구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것. 안 대표는 이날 '통합이 성사되고 나면 2월 13일 이후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는 나름의 중재안을 냈지만, 유 대표나 중재파는 이에 대해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승민 대표는 31일 오전 국회 본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늘 통합개혁신당의 성공을 위해 안 대표와 제가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 왔고,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 "오늘 안 대표의 '조건부 사퇴' 발언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안 대표는 앞서 이날 아침 당 최고위 회의에서 "풍파를 겪는 상황에서도 당의 중심을 굳건히 지키며 중재에 애써주신 분들이 있다"며 "이제는 그 분들이 중도개혁 정당을 우뚝 세우는 길에 함께해줄 것으로 믿는다. 그렇게 함께해 준다면, 신당 창당일인 2월 13일에 통합을 완성시키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었다. (☞관련 기사 : 안철수 "통합 후 사퇴" vs. 박지원 "눈 가리고 아웅")

중재파 의원들도 "불쾌하다"며 편치 않은 기색을 보였다. 이날 박주선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원내대표, 이용호 정책위의장, 주승용 의원 등 4명은 박 부의장 방에서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다음날인 2월 1일 황주홍·손금주·송기석 의원까지 7명이 함께 오찬 회동을 갖고 정리된 입장을 발표하기로 했다면서 이날은 구체적 결론을 내리지 않았으나, 회동에서는 안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말들이 오갔다고 한다.

박 부의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통합을 위한 우리 당 전당대회 직후 사퇴해 달라. 그러면 신당(민주평화당) 창당하고 있는 분들을 다시 회귀(하게)해서 분당이 안 되게 할 수 있지 않느냐'는 희망을 가지고 (제안)한 것"이라며 "그런데 통합 당대회까지 다 마치면 이 당이나 당 대표직이 법률적으로 소멸되기 때문에 그것은 사퇴라고 하지만 사퇴가 아니다"라고 안 대표의 이날 발언을 비판했다.

박 부의장은 이어 "결국 통합대회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중재파들의 제안을 거부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중재파들이 행동을 통일하기로 했으니 어느 방향으로 할 것인지 여부를 내일 논의하려 한다. 내일 중 논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용호 의원도 "전제까지 달아서 이렇게 역제안을 하는 것은 중재파의 진정성을 자꾸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김동철·주승용 의원도 안 대표의 이날 발언에 대해 참석자들이 불쾌감을 보였다고 전했다. 주 의원은 "안 대표가 통크게 사퇴하겠다고 해야지, 그 앞에 '중재파가 합류해 주면 사퇴하겠다'고 한 것은 저희들에게 공을 던진 것 아니냐. 그런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대단히 불쾌하다"고 했다. 그는 "안 대표 결정에 따라 중재파가 (통합신당에) 합류하든지 안 하든지 할 것인데, 중재파가 합류해주면 사퇴하고 합류 안 하면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다만 두 의원은 "민평당 시도당이 창당되고 시간이 점점 임박해 오니 그런 것 같다"거나 "2.4 전당대회를 했으면 (전대 후) 백의종군을 했을 텐데, 전대를 할 수 없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면서 "저희는 이해하는 측면도 있다"고 여지를 두기도 했다.

반통합파 독자 신당인 '민주평화당' 측은 이번 안 대표의 발언을 지렛대삼아 중재파 의원들에게 자파 합류를 호소했다. 민평당 창준위 대변인인 최경환 의원은 "안 대표의 '13일 사퇴'는 '안철수식 꼼수'"라며 "중재파의 요청을 거절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중재파 의원님들의 현명한 결단만이 남아 있다"고 민평당 동참을 촉구했다. 최 의원은 "(안 대표 발언은) 설사 사퇴를 해도 지방선거 선대위원장 등 직책으로 전면에 나서서 당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라며 "'공동대표 유인책'으로 민평당 창당 때까지 어떻게든 중재파를 붙잡아 두겠다는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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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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