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통합전대 코앞 "심각한 문제" 발생...왜?

"당비대납, 민평당 중복당적 문제로 전대준비 불가"…반대파 "꼼수"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의 최종 관문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국민의당 2.4 전당대회를 닷새 앞두고 변수가 불거졌다. 안철수 대표 등 '통합파'가 장악한 국민의당 전당대회준비위(전준위)에서 △일부 대표당원의 당비 대납 문제 △반통합파 독자 신당인 '민주평화당'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한 대표당원의 의결권 문제를 들어 "전당대회 준비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선언한 것.

김중로 전준위원장은 30일 오후 기자 간담회를 열어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제기됐다"며 "하나는 전대(전당대회) 투표권을 갖는 대표당원 자격을 얻기 위해 밀린 당비를 대납한 의혹이 일부에서 제기됐고, 더 큰 문제는 28일 발표된 민주평화당 창당발기인 1차 명부 2400여 명 중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우리 당 대표당원과 이름이 같아 상당수가 우리 당 대표당원으로 보인다(는 것)"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전당대회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당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이 문제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국민의당 당헌상 "당무 집행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은 당무위다. 당무위 의장인 안철수 대표는 김 위원장의 요청 직후 당무위 소집을 공고했다. 당무위는 다음날인 31일 오후 4시, 국민의당 중앙당 당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심각한 문제"란?

김 위원장에 따르면, 먼저 당비 대납 의혹은 지난 1월 27일 대표당원 명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인 대납으로 의심되는 입금 기록이 중앙당 실무자에 의해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는 "전북의 한 농협 지점에서 약 40분 동안 46명의 대표당원 당비가 스마트폰을 이용, 1분 간격으로 무더기 입금됐고 특히 46명의 입금 순서는 중앙당에서 교부한 대표당원 명부 순서와 일치했다. 농협 방문 조사 결과 1인이 일괄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준위원 전원은 이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전대 방해공작이라고 보고 관련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을 지도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민평당 발기인 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국민의당 당적을 가지고 다른 당에 참여하는 것은 징계 사유"라며 "하물며 다른 당 창당발기인을 국민의당 전대에서 대표당원 투표권을 행사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이를 가려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글 이름 이외에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이들이 대표당원인지를 확인하는 분류 작업을 전당대회 전일인 2월 3일까지 끝내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전준위 관계자에 따르면, 민평당 창당발기인 중 국민의당 대표당원과 이름이 같은 경우는 총 1028명인데 이들의 동명이인 여부를 가려내려면 이들 1028명과 이름이 같은 1만8000여 명의 당원을 전수조사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당무위를 소집한 안 대표 등 통합파 지도부의 속내가 무엇일지를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당 관계자들은 "현재 결정된 것은 없고 당무위에서 제반 사정을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거나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통합파의 해법은?

통상적으로 보면, 전당대회 투표권을 갖는 당원(대표당원, 권리당원 등) 명부와 관련해 이처럼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전당대회 자체를 연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이미 바른정당 측과 '통합 일정표'까지 만들어둔 만큼, 현 상황에서 전당대회를 연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당 안팎에 많다. 통합 상대방인 바른정당에 대한 신뢰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날 양당 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은 통합추진위는 내달 1일 통합신당 당명을 결정하고, 같은달 13일 통합 전당대회 격인 수임기관 합동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이미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게다가 바른정당은 이날 "국민의당과의 합당 결정과 수임기구 설치를 위한 당원대표자회의(전당대회)를 2월 5일 10시30분에 국회 헌정기념관 2층 대강당에서 가질 예정"(김성동 바른정당 사무총장)이라고 당 지도부 회의에서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당 전당대회 결과를 보고 바로 다음날 바른정당 전당대회를 연다는 식으로 꽉 짜인 일정이다. 때문에 안 대표 측 관계자는 "(김중로 위원장이 말한 '특단의 조치'가) 전당대회 연기는 아닐 것"이라고 이날 오후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통합파가 장악하고 있는 현 국민의당 지도부의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해당행위자'들의 신원을 특정할 수 없으므로 "명부 오염"이나 투표 성원 등의 위험부담을 안고서라도 현행 안대로 전당대회를 강행하는 방법이다. 이는 김중로 위원장 등 전준위의 문제 제기 취지와는 상반되지만, 당무위에서 의견 통일이 어려울 경우 다소 부담을 무릅쓰더라도 '전대 성사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날 수도 있다.

둘째, 2.4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추진하면서, 민평당 발기인으로 참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과 당비 대납 의혹 관련자의 당원권을 모두 정지시킴으로써 이들의 전대 참여를 막는 방법이다.

다만 이 경우, 당비대납 의혹 관련자 46명은 논외로 한다 해도, 민평당 발기인 의심자 1028명에 대해서는 단지 한글 이름 석 자가 동일하다는 것 외에는 징계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 한 국민의당 당직자는 "1028명 전체에 대해 당원권 정지 징계를 한다면 (반대파가)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또한 '전대 성원 및 가결에 자신이 없으니 모수(母數)를 줄이려 하는 것'이라는 반통합파의 비판이 여론의 호응을 얻게 될 위험도 있다.

셋째, 전당대회를 우회하는 그야말로 "특단의" 방안을 만드는 것이다. 김중로 위원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문제를 대충 덮고 대표당원 명부를 확정할 경우 대표당원 명부가 심각하게 오염·훼손돼 전당대회가 신뢰성과 정당성을 잃을 것"이라며 "지금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때"라고 말한 것은 심상치 않은 여운을 남긴다. 물론 김 위원장이 말한 "특단의 조치"가 단지 당원 1000여 명에 대한 대량 징계 조치를 뜻하는 것이라는 풀이도 있으나, 국민의당 당무위는 이미 지난 28일 반통합파 당원 179명을 일괄 징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논리적으로 가능한 방안으로는 △지난해 8.27 전당대회 때처럼 당헌 부칙을 개정해 이번 2.4 임시전당대회에 한해 '과반 참석, 과반 찬성'이라는 전당대회 의결 요건을 완화하는 방법이나 △당헌 개정을 통해 '정당의 합당·해산은 전당대회의 고유 권한으로 위임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당헌 본문 13조 규정을 손보는 방안, △현행 당헌 부칙 6조 "당헌 제13조에도 불구하고 창당 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전당대회 때까지 합당에 관한 권한과 수임기구 구성은 최고위원회에 위임한다"는 내용과 유사하게 당헌 부칙 개정을 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

당헌 개정은 원래 전당대회의 고유 권한이지만 지난해 8.27 전당대회 당시 국민의당은 정당 해산·합당 의결을 제외한 전당대회의 기능과 권한을 당 중앙위원회로 위임했고, 이에 따라 당헌 제개정 권한은 현재 중앙위가 갖고 있다. 800인 이내로 구성되는 당 중앙위 역시 당무위와 마찬가지로 안 대표를 지지하는 통합파가 다수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위 의장 역시 통합파인 권은희 의원이다.

실제로 김중로 전준위원장은 이날 <뉴시스> 전화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에서 전당대회라는 게 의미가 있나"라며 "중앙위원회에서 의결할 수도 있고, 당헌을 변경해 전(全)당원투표를 해 정당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통합파 '예측 사격'…"대표당원 자격박탈이나 중앙위 우회는 꼼수"


종합적으로 볼 때 첫째 방안은 전대에서 통합을 가결시키는 데 현실적 위험 부담이 있고, 둘째·셋째 방안은 반대파로부터 '꼼수' 등 비난을 들을 소지가 크다. 31일 안 대표가 주재할 국민의당 당무위의 선택에 시선이 모이고 있는 가운데, 민평당 창준위 측은 이날 오후 장정숙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어 '예측 사격'에 나섰다.

장 대변인은 "만일 보수야합파(통합파 지칭)가 발기인과 대표당원의 동일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표당원 자격을 박탈하거나, 전대마저도 무산시키고 중앙위를 열어 합당을 의결하는 또 다른 꼼수를 감행하게 된다면 국민과 당원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대변인은 "김중로 위원장은 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며 "보수야합파는 지금이라도 합당 추진을 즉각 포기하라. 그래도 보수야합을 추진하겠다면 당을 떠나서 바른정당에 개별 입당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 대변인은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하지만, 도둑질도 이렇게 허투루 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비열한 공작정치이자 악랄한 모략정치"라며 "구태정치의 진수" 등 날선 언사를 동원해 안 대표 측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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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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