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반통합파, '민평당' 창당 강행…'앵그리 안철수', 징계 착수

安, 1시간만에 당무위 열어 반대파 당원권 정지…"반대파 비례대표 탈당하라"

국민의당 내 바른정당 통합파와 반통합파가 벌이던 내홍이 결국 분당 사태로 번졌다. 반통합파 의원들은 별도 신당인 '민주평화당'을 만들겠다며 주말에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었고, 통합파 수장인 안철수 대표는 이에 대해 해당(害黨) 행위라며 가담자 징계를 선언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의당 소속 전현직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지자 등은 28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민주평화당'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창당 발기인은 총 2400여 명이었고, 창당준비위원장은 조배숙 의원이 맡았다.

관심을 끈, 민평당 발기인이 된 현역 의원은 총 16명으로 조배숙 창준위원장 외에 박지원·천정배·정동영·장병완·유성엽·박준영·윤영일·정인화·최경환·김광수·김경진·김종회·이용주 의원 등 호남 지역구 의원들과 비례대표인 박주현·장정숙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권노갑·정대철·박양수·이훈평 등 국민의당 고문단에 속해 있던 동교동계 정치 원로 16명도 발기인으로 합류했다. 정호준 서울시당위원장, 배준현 부산시당위원장, 부좌현 전 의원, 황인철 전 김대중정부 청와대 행정관 등 원외 지역위원장 가운데 33명도 민평당 행을 택했다.

지난 21일 '창당추진위원회' 선언문에 이름을 올린 18명 가운데에서는 박주선 국회부의장과 비례대표 이상돈 의원이 발기인 명단에서 빠졌다. 이 의원의 경우는 현재 국민의당 전당대회 의장을 맡고 있어, 굳이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려 당권파에게 징계의 빌미를 줄 필요가 없다는 반통합파 진영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가처분 신청 결과나 전당대회 당일 성원 등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만큼 이 의원이 전당대회 의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게 유리하다는 면에서였다.

박 부의장은 김동철 원내대표 등 이른바 '중재파' 의원들과 정치적 행동을 같이하기로 결의한 상태여서, 중재파는 현재 최후까지 안철수 대표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중재파가 내놓은 중재안은 안 대표의 대표직 즉시사퇴, 반통합파의 유감 표명, 그리고 안 대표가 물러난 상태에서의 전당대회 개의다.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창준위원장이 된 조배숙 의원이 깃발을 들어 보이고 있다. 조 의원 왼쪽으로 권노갑, 정대철 고문의 모습이, 오른쪽으로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의원의 모습이 보인다. 조 의원 뒷줄에는 박주현, 김광수 의원, 이윤석 전 의원 등이 참여해 깃발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노골적 해당행위, 정치패륜, 당 파괴, 구태정치…반대파 비례대표 탈당하라"

안철수 대표는 격분한 모습을 보였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전당대회 방해 및 해당행위 대책 논의'를 안건으로 하는 당무위를 소집했고, 당무위에 앞서 별도 입장문을 내어 반통합파를 거세게 비난했다. 안 대표의 입장문은 곳곳에 반대파에 대한 노골적 비난이 가득한 내용으로, 그가 정치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강도였다. 이번 사태에 대한 안 대표의 격분을 대변한다.

안 대표가 주재한 국민의당 당무위는 이날 창당 발기인 명부에 이름을 올린 현역의원 16명 가운데 이미 당원권이 정지된 박준영 의원을 뺀 15명과 이상돈 의원 등 16명을 포함, 반대파 당원 총 179명에게 '2년간 당원권 정지' 처분을 내렸다. 당무위는 이들에게 탈당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문도 채택했다. 특히 이 의원은 민평당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는데도 징계 대상에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안 대표는 당무위 후 '이상돈 의원은 발기인이 아닌데 왜 포함됐나'라는 질문을 받고 "발기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뿐 아니라 그 동안 여러 형태의 해당 활동을 했던 분들까지 다 포함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의원과 마찬가지로 창당추진위 선언문에 이름을 올렸던 박주선 부의장은 징계 대상에서 빠졌다. 징계 기준이 뭐냐는 의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앞서 안 대표는 당무위를 앞두고 발표한 입장문에서 "참담한 심정"이라며 "통합 반대파의 노골적 해당행위가 급기야 신당의 창당 발기인대회를 여는 정치패륜 행위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창당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명백한 당 파괴 행위임과 동시에 탈당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규정하며 "정당정치의 기본윤리를 저버린 행동", "당원에 대한 정면 도전", "디지털 시대의 각목 전당대회나 다르지 않은 저열한 행위", "당원 배신 행위", "정당정치 농단" 등의 언사를 동원해 반통합파를 격렬하게 비난했다.

안 대표는 민평당 발기인대회를 "정당한 통합 절차 자체를 반대하며 당내에 별도의 당을 만들고 국회의원직과 시도당위원장직을 이용해 당과 당원을 공격하는 구태정치"라고 규정하며 "국민의당 당적을 가진 채 오늘 창당발기인에 이름을 올린 분들에게 분명하게 요구하고 경고한다. 소위 민평당 창당발기인은 더 이상 남의 당 전대를 방해하는 행위를 멈추고 지체없이 당적을 정리하고 떠나라"고 했다.

특히 안 대표는 "민평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비례대표 의원은 정정당당하게 탈당하라"며 "국민의당 정당득표로 당선된 분들인 만큼, 당원의 뜻을 저버린다면 당당하게 당을 떠나는 것이 정치 도의에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파 비례대표 의원들을 출당 형식으로 의원직을 유지한 채 내보내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한 것이다. 이는 김현아 의원의 사례를 들어 이들과 '합의 이혼', 즉 좋게 이별하고 오라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입장과도 결이 다른 요구다. 징계 대상이 된 3명의 비례대표 의원, 즉 이상돈·박주현·장정숙 의원은 탈당시 의원직을 잃게 되고, 비례대표 후순위 후보자가 이들의 의원직을 승계하게 된다.

다만 안 대표가 "계속 국민의당 울타리 안에 남아서 직위와 당직을 이용한 전대 방해공작을 계속한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임을 다시 한 번 엄중 경고한다"고 했음에도, 이후 이들의 행동을 제어할 실질적인 방도는 딱히 없다. 이미 당에서 마음이 떠난 이들에게 당원권 정지를 시켜 봐야 별 의미가 없고, 출당·제명 조치는 오히려 이들이 바라던 바다. 전당대회 의장·부의장인 이상돈·윤영일 의원의 당원권을 정지시켜 전당대회 방해물을 제거했다는 정도 의미밖에 없고, 그나마 이들은 징계에 불복하고 법원에 권리 회복을 호소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안 대표는 민평당에 대해 "지역정서를 자극해 지역을 볼모로 생존해보려는 전형적 구시대 정치"라고 규정하며 "국민 당원 여러분이 심판하고 끝내주셔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민평당 측이 밀양 화재 현장에 대표단을 보낸 것과 관련해 "국가 재난의 현장마저 대표단을 별도로 보내 망신을 자초하고 재난을 구태정치 홍보의 장으로 전락시켰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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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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